"원래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어요. 일반 학교와 마드라사(madrasaㆍ이슬람 율법학교)를 모두 다니며 좋은 무슬림(이슬람 교도)이 되려 했었죠. 그런데 탈레반들이 내 꿈을 망치고 내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파키스탄 카라치에 살던 16세의 평범한 소년 아르샤드 칸의 운명은 기구했다. 마드라사에 다니다 탈레반에 포섭된 칸은 테러범 훈련을 받던 중 미군 무인폭격기의 공습으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 크리스쳔사이언스모니터(CSM)는 17일 칸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키스탄 탈레반 조직이 어떻게 10대 소년들을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바꾸고 있는지 전했다.
칸은 여느 파키스탄 소년처럼 코란(이슬람 경전) 읽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마드라사에 들어갔다. 가난한 소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잠자리도 제공하는 교육기관 마드라사는 파키스탄에 1만2,000개, 카라치에만 1,700개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탈레반의 무서운 손길이 뻗치고 있었다.
칸의 이웃이었던 압두르 라자크는 칸에게 틈 날 때마다 지하드(聖戰ㆍ성전) 얘기를 꺼냈다.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승리를 담은 책도 건넸다. 칸은 CSM에 "나는 여기에 빠져들었고 인생 최대 목표는 지하드가 됐다"고 밝혔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학업 문제로 다툰 칸에게 라자크는 "성스러운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했다. 가족을 떠날 수 없다는 망설임에 "알라 신을 기쁘게 하면 네 가족 7대의 죄가 모두 씻긴다"는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다음날인 2009년 7월28일 칸은 북와지리스탄행 버스에 올랐다. 다른 소년 다섯 명도 일행이었다. 라즈막계곡의 탈레반 훈련 캠프에 다다르자 AK47 소총을 든 탈레반 전사들이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로 그들을 환영했다. 그곳에는 30, 40명 정도의 소년들이 있었다. 칸 일행은 온종일 체조, 산악행군, 줄타기, 사격, 폭발물 설치 훈련 등을 받았다. "미국과 파키스탄 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정신교육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계곡에 "미군 스파이기"라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피할 새도 없었다. 칸이 정신을 차려 보니 심한 화상을 입은 그는 한 건물에 누워 있었다. 동료인 와카르는 골절상을 입었다. 다른 네 친구는 불운하게도 미군기의 폭격에 숨진 상태였다.
탈레반은 둘을 치료한 뒤 카라치로 돌려보냈다. "우리한테 훈련 받았다는 말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칸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고 어머니가 모은 돈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칸을 협박했던 라자크는 소년들을 자살테러범으로 포섭한 혐의로 12일 경찰에 체포됐다.
칸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면 그게 폭발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란 느낌만 든다"며 몸서리를 쳤다. 현지 관리는 CSM에 "마드라사에서의 탈레반 포섭이 큰 걱정"이라며 "온 나라에 만연한 지하드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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