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이끈 명문가 지도/이성무 외 지음/글항아리 발행ㆍ368쪽ㆍ2만8,000원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과학자 혹은 경제심리학자가 조선시대를 파고든다면 먼저 가문의 족보와 그 계보에 얽힌 다양한 변수들을 묻고 따질 것이다. 조선을 이끌어간 양반들의 행동을 가장 근저에서 규정한 것은 바로 ‘가문의 논리’였기 때문이다. 그간 조선시대를 다룬 역사 연구는 이 가문의 논리에 소홀했다.
<조선을 이끈 명문가 지도> 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조선시대 대표 가문의 부침 속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문가 열 곳을 조명한 책이다. 조선왕조 500년은 한 나라 성쇠의 과정인 동시에 수많은 가문이 명멸을 거듭한 역사적 시간이기도 했다. 잦은 정변이 한 가문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했고, 뛰어난 능력 하나만으로 교목세가(喬木世家ㆍ여러 대에 걸쳐 큰 벼슬을 지내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한 집안)의 발판을 다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조선을>
이 책은 또 족보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의 주요 인물들이 어느 지역에 기반을 둔 어느 가문 출신이며 어떤 가문들이 혼인이나 사제 관계로 얽혔는지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예를 들어 숙종 때 소론 계열의 3대 영수인 남구만, 박세당, 윤증은 혼맥으로 연결된 인척 관계다. 노론의 거두 이이명과 소론의 거두 이광좌는 정파적으론 ‘원수’지만 실은 이종사촌 간이다.
책에 소개된 열 가문은 조선의 대표적 명문가들이다. <삼국사기> 편찬에 참여한 정습명은 고려 인종 당시 태자였던 의종을 끝까지 비호해 왕위에 오르게 한 인물로 문무에도 능했다. 그의 후손인 정몽주는 고려 말기 성리학을 받아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사회 개혁에도 앞장섰지만 조선 건국 세력으로부터 제거됐다. 그러나 그는 태종대에 이르러 절의를 지킨 신하로 추앙 받으며 영일 정씨 가문을 충절의 명문가 반열에 올렸다. 삼국사기>
진성 이씨 퇴계 가문은 역사학자들이 경북 안동을 대표하는 가문으로 첫 손에 꼽는다. 성리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한 조선 최고의 학자 퇴계 이황의 후손 가운데는 구한말 이육사로 널리 알려진 애국시인 이원록이 있다. 이외에도 사림으로 전향한 훈구파 광주 이씨 동고 가문, 조선 최고의 혼맥으로 기호남인의 학풍을 이은 안동권씨 탄옹과 유회당 가문, 의병운동의 선봉에 선 벽진 이씨 화서 이항로 가문 등 명문가 열 곳의 내력을 담았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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