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몰고 온 대재앙을 겪은 일본의 ‘후다이의 기적’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테(岩手)현 동쪽 태평양 연안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후다이무라(普代村)는 주민 3,000여명 가운데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그 배경에는 와무라 유키에 촌장의 유비무환 정신이 있었다.
유키에 촌장은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높이 15.5m에 길이 205m의 방파제를 건설, 쓰나미의 재앙에서 마을과 주민들을 지켰다. 주민들은“언제 올 지 모르는 쓰나미 때문에 비싼 공사비를 치르느니 차라리 마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낫다”고 거세게 반대했으나 “두 차례 쓰나미에 많은 희생을 치른 아픈 과거를 기억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쓰나미에 미리 대비한 지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진통 끝에 국회 비준 절차를 통과해 7월1일부터 잠정 발효된다. 한ㆍ미 FTA 역시 비준을 기다리고 있어 이제 시선이 한ㆍ중 FTA로 쏠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미 2005년부터 FTA와 관련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정부 차원의 협상에 앞선 사전협의를 하였다. 최근 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FTA 협상 개시를 요청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칠레나 미국, 지구 반대편에 있는 EU와는 분명히 달리 판단해야 한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은 경제적 계산을 넘어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이래 아ㆍ태 지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적 세력 확대와 더불어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을 축소하는데 외교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FTA 체결국과의 무역 비중이 35.8%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무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중국과의 FTA 체결에 앞서 뚜렷한 역사의식과 지정학적 성찰을 토대로 우리의 국익을 지혜롭게 지키는 길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상대가 있는 무역 거래에서 일방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과 식용채소 과일 잡곡 등 농수산물 분야에서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수산물 산업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 우려된다.
FTA가 체결되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이 4% 정도 상승하고, 수출은 30%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농수산물 관세를 100% 인하할 경우 수입 증가율은 2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중국산 없이는 생활이 불편한 현실을 감안하면, 농업계에서는 쓰나미에 대비하는 심정으로 한ㆍ중 FTA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농ㆍ수ㆍ축산업 선진화 계기로
물론 위험 속에 기회도 있다. 중국은 14억 5,000만 인구에 식량수입국이며 경제성장과 더불어 축산물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최상층에 해당하는 구매력을 지닌 국민이 8,0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고객층 세분화 전략 등 짜임새 있는 마케팅 전략을 준비한다면 농ㆍ수ㆍ축산업의 자립과 선진화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시아의 역동적인 경제 허브로서 세계 주요 경제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이 국민에게 자부심이 되려면, 조기 공론화를 통한 개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국내의 수혜산업과 피해산업의 양극화를 최소화하고 이미 24%인 대중 수출의존도를 감안하여 단계적 개방도 고려해야 볼 만하다. 유비무환은 언제 들어도 교훈이 되는 말이다.
명정식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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