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손'으로 추앙받던 전설적 투자 전문가들이 최근 잇따라 굴욕을 맛보고 있다. 올들어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는 것.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이지만, 명성에 적잖은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름 값이 위협받는 대표적 인물은 앤서니 볼튼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투자부문 대표. 영국의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그는 1979년말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간판 펀드인 '글로벌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GSSF)' 운용을 맡은 이후 28년간 연 평균 19.5%의 수익률을 냈다. 28년간의 총 누적 수익률이 1만4,820%였으니, 79년말 1억원을 투자했다면 2007년말에는 148억원이 된 셈이다.
하지만 2007년 은퇴했던 그가 지난해 4월 현업 복귀와 함께 '차이나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를 맡으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영국 런던 증시에서 4억6,000만파운드(7억4,200만달러)를 끌어 모아 중국 시장을 공략했으나, 이후 펀드 주가는 20%나 하락했고 순자산가치도 14% 넘게 줄었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 평균 수익률(-5.12%)보다 크게 밑도는 성적표다. 볼튼 대표는 최근 영국의 한 투자전문 웹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며, 세계 최대 채권회사인 핌코를 이끄는 빌 그로스도 잔뜩 체면을 구기고 있다. 그는 올해 2월말 핌코의 대표적 채권펀드인 '토탈리턴펀드'에서 미국 국채를 포함해 정부 관련 채권을 모두 팔아 치웠고, 3월과 4월에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채권까지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까지 단행했다. "6월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국채 수요가 줄어들면서 미국 채권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시장은 그의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2월말 연 3.42%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월말 3.06%까지 급락했고, 현재도 3.11%(14일 기준)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미 국채 값이 뛰고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금까지는 빌 그로스가 틀렸다"고 평했다.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올해는 힘을 못쓰고 있다. 2008년 사들인 중국 자동차ㆍ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 주식이 연일 곤두박질하고,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도 미국 전력회사 에너지퓨처홀딩스(EFH)에 투자했다가 1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버핏 회장이 매년 진행하는 '버핏과의 점심' 인기도 시들해졌다. 작년에는 9명이 그와의 점심을 먹으려고 77번이나 경쟁적으로 입찰가를 높였으나, 올해는 고작 2명이 8번 입찰가격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최종 낙찰자가 "무조건 작년 낙찰가보다 100달러를 더 내겠다"고 해 사상 최고가(262만6,411달러)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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