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문제로 검ㆍ경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사개특위 소위 합의안이 검찰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바뀔 조짐이 나타나자 경찰이 반발한 데 이어, 이번엔 원안을 살리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자 검찰이 반대하고 나섰다. 추후 총리실의 조정안을 받아 사개특위의 본격 논의가 재개될 예정이지만 입장 차가 워낙 커 전개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원안의 핵심은 현 형사소송법 196조를 개정,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포괄적 수사지휘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수사개시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것이 취지라면 ‘개시’를 명시하되, 경찰의 복종의무를 삭제하는 만큼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확실하게 살려야 한다는 게 검찰 주장의 골자다. 몰론 경찰은 원안이 사건의 98%를 경찰이 맡고 있는 현실을 그나마 최소 수준으로 반영한 것이므로 마땅히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국가형벌권에서도 견제와 균형, 책임의 원칙은 적용돼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소추권을 분리하되, 현실적 역할과 역량을 따져가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점에서 “경찰이 …수사하여야 한다”라는 개정원안은 검찰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이 유지되는 한 수사개시권만 의미한다고 보는 게 맞다. 또 수사지휘권 대목도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를 사실상 독자 진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정도로 판단된다.
다만 같은 논리로, 경찰이 주로 일반형사사건 수사를 담당해온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선거ㆍ공안ㆍ대형 권력형비리 등 범죄를 유형과 규모 별로 분리, 당분간 일반형사사건에 한해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내사처리와 중복수사, 인권침해 증가 등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시대적 흐름은 분명한 상황에서 검찰은 일정 부분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찰도 시작부터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절충적 수준에서 세심하게 각론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사권 조정도 기관간 힘겨루기가 아니라 결국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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