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 본격화할 공기업ㆍ공공기관의 장과 감사, 전무 등 핵심 임원인사를 앞두고 권력 주변으로부터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무성하다. 올 들어 새로 임명된 41개 공공기관의 장이나 주요 임원 상당수가 ‘보은 인사’의 결과로 여겨지고 있어, 연말까지 이뤄질 117개 공공기관의 수뇌부 교체 인사의 혼탁상을 예고한 때문이다.
우리는 낙하산 인사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높은 곳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에 대한 공공기관 내부의 배타적 정서에 곧바로 공감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내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아직 말끔히 지워지지 않은 이유에서다.
또한 정권 교체기를 비롯해 공공기관 대표진이 바뀔 때마다 사회적 비난의 표적이 돼왔는데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거듭되는 현상이라면, 막연한 감정적 비난을 앞세우기보다 그 구조를 뜯어보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 게 낫다. 정치세력의 궁극적 목표인 권력을 사회적 이익의 분배와 따로 떼어 볼 수 없다면, 그 일부인 낙하산 인사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애초에 공공기관 내부에서 비롯했을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 경위를 돌이켜봐야 한다. 군사정권 시절의 일방적 인사 관행에서 싹튼 거부감이 지금처럼 웃자란 것은 무엇보다 최소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정치권력과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자리나 만들어 준 행위가 쌓여온 결과다. 전문성이나 관련 업무 경험, 윤리의식, 경영합리화 의지 등에서 A급은 아니더라도 B급이라도 되었다면 적어도 합당한 비난은 많이 덜 수 있었다.
잇따른 공직비리 사건으로 고위 공직자를 보는 국민 눈길이 어느 때보다 차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 기준’을 더 끌어올린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 여부는 당사자 개개인의 자기성찰에도 달려 있지만 최종적으로 청와대의 의지에 달렸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합리성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이치조차 외면하려는 고집이 정권 말기적 현상을 앞당긴다는 점을 명심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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