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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귀금속상 피해자 100명 신고도 못하고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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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귀금속상 피해자 100명 신고도 못하고 속앓이

입력
2011.06.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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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사장을 잡아라!"

경찰과 폭력조직이 동시에 한 사람을 쫓고 있다. 대상은 지난 2월 고객이 맡긴 귀금속을 들고 달아난 귀금속상점 주인 홍모(51)씨. 서울 강남경찰서는 8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3점을 포함, 고급시계 등 총 55억원 어치의 귀금속을 들고 달아난 혐의로 홍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과 별도로 광주의 폭력조직 O파 역시 홍씨를 찾고 있다. 홍씨는 O파로부터 20여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가 남기고 간 고급시계 120여개를 챙겼지만 빌려준 돈에 턱없이 모자란다 판단하고 있다. 홍씨와 오랫동안 거래를 했다는 A씨는 "양쪽 다 홍씨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누가 먼저 잡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경찰과 귀금속업계에 따르면 홍씨에게 물건을 맡기거나, 돈을 빌려줘 피해를 입은 사람은 100여명에 달한다. 피해 액수도 알려진 55억원을 훨씬 뛰어 넘어 수표와 금괴 등 수백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홍씨를 고소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는 셈이다. 한 피해자는 "누가 잡던지 빨리 잡아줬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개인사정으로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피해자 B씨는 "홍씨가 주로 귀금속 밀수품이나 도난 물건을 새 걸로 둔갑시켜 팔아왔다"고 말했다. 남대문 등지에서 밀수품을 구입해 7, 8배 높은 가격에 강남의 부유층 인사에게 팔아왔던 것이다.

홍씨가 들고 달아난 귀금속 대부분이 홍씨로부터 사 간 물건이거나, 혹은 비싼 값에 팔아달라고 맡긴 밀수품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진술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 봤자, 결국 애당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피해물품 중 시가 21억원에 달하는 30㎏ 상당의 금괴는 마카오 등지에서 들여 온 밀수품으로 보인다. 홍씨를 직접 잡겠다고 나선 폭력조직 역시 홍씨와 '음지의 물건'을 오랫동안 거래하며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말 못할 속사정은 또 있다. 피해자 C씨는 "홍씨와 거래했던 사람 대부분이 남편 몰래 물건을 사고 판 소위 귀족부인들이다. 사실이 알려지면 이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끙끙 앓고 있기만 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피해자 중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유명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홍씨가 30여 년간 관련 일을 하며 강남의 부유층 인사와 폭넓은 인연을 맺어왔다는 소문도 돈다. 경찰 관계자는 "2008년 강남을 들썩였던 '귀족 계' 다복회 사건과 연관이 있을 정도로 부유층 인사와 발 넓게 교류했다"고 했다.

달아난 홍씨의 사무실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홍씨가 다복회 이후 다른 계에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정치인 이회창씨 친척, 전 국회의원 이철씨의 부인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모두 홍씨의 거래처가 아니겠냐"고 했다. 홍씨는 지난해 20여억원의 곗돈을 타기도 했다. 당시 홍씨는 사무실을 찾아 온 고객들에게 조근호 법무연수원장이 '존경하는 홍사장님께'라는 사인을 한 조 원장의 책을 보여주며 인연을 자랑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 홍씨의 행적은 묘연하다. 출국금지까지 한 상황이라 국내에 은신 중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소문들이 많아 일일이 파악하기도 힘들다. 워낙 치밀하게 준비한 탓인지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곧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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