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는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빈곤화 성장'"이라며 "정부가 개인의 자산과 기업이익에 사회보장세를 부과해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최로 열린 가톨릭포럼에 연사로 나서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성장과 분배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전 총재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 질서와 중국 경제 부상의 영향으로 ▦고성장ㆍ저물가 호황과 ▦빈곤화 성장을 동시에 겪게 됐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성장구조를 가진데다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등으로 이 같은 빈곤화 성장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사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소득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저축도 가계와 기업 간 비율이 2대8까지 벌어졌다. 또 빈부격차 확대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격차, 절대빈곤층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박 전 총재는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더 크고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담세율(세금부담비율)이 가장 낮고 재분배 기능도 가장 낮은 나라"라며 "자유경쟁도 중요하지만 생존과 교육ㆍ의료 등 기본 수요는 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박 전 총재는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를 통해 민간기업 투자를 유발해보겠다는 것은 투자자금이 없어 투자를 못하던 60년대 발상이며 오늘날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전제로 한 정부의 재분배 정책 강화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정부가 민간소득을 세금으로 흡수해 복지시설이나 공공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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