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교와 어떻게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우선 겸손한 태도를 갖고 많이 배워야 한다. 배움으로써 신앙의 성숙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다른 종교인들의 신앙을 배운다고 우리 신앙이 없어진다면 그 정도의 신앙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자기 신앙이 있다면 그 신앙의 그릇에 다른 사람의 신앙을 담아내야 한다.”
종교 간 대화에 앞장섰던 강원용(1917~2006) 목사가 남긴 말이다. 종교가 화합과 평화가 아니라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잦은 요즘, 더욱 다가오는 말이다.
강 목사와 더불어 그리운 얼굴이 더 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 개원 법회에 가서 축사를 해준 김수환(1922~2009) 추기경, 명동성당의 천주교 신자 앞에서 무소유의 정신을 설파했던 법정(1932~2010) 스님. 개신교, 천주교, 불교 지도자로서 화합과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세 사람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강연과 전시,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강 목사가 설립한 대화문화아카데미(구 크리스찬아카데미)는 그가 담임목사로 있었던 서울 경동교회에서 18일 오후 2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포럼을 연다. 그가 말년을 바친 과제다. 김덕 임동원 두 전직 통일부 장관이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사회로 대담을 나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축하 인사말을 할 예정이어서 전ㆍ현직 통일부 장관 3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날 오후 6시에는 국립극장에서 강 목사를 추모하는 공연이 있다. 손숙 박정자 윤석화 등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배우들이 출연, 연극‘사이 너머에 길이 있다’와 음악으로 무대를 꾸민다.
30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는 ‘참종교인이 바라본 평화’를 주제로 세 사람을 함께 기억하는 강연과 대담, 전시, 작은 공연이 열린다. 대화문화아카데미,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시민단체 맑고향기롭게,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함께 마련했다.
오후 2시30분 강연으로 시작한다. 세 사람과 함께 활동했던 종교지도자들의 회고를 듣는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이 강 목사를, 대한성공회 김성수 대주교가 김 추기경을, 가톨릭 신자인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가 법정 스님을 기리며 그들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한다.
대담 주제는 ‘평화를 위한 이웃 종교 간 어울림’이다. 한국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재 종교의 모습을 반성하고 과제를 짚는다. 여성신학자 현경(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의 사회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스님, 양해룡(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복음화 사무국 차장) 신부, 이정배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 교수, 이성종(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장) 교무 가 대화를 나눈다.
이야기에 앞서 세 사람의 삶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고, 그들을 추모하는 춤을 공연한다. 로비에서는 사진전도 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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