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다가 보이는 교실’을 찾았다. 그곳은 내가 다닌 중학교며 사대를 졸업하고 3년 6개월간 국어교사를 지낸 모교다. 내가 담임을 맡았던, 진해바다가 환히 내려다보이던 그 교실에서 첫 시집 을 상재했다.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그 세월 동안 진해바다는 해안선 따라 아파트란 벽이 생겨 푸른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 옥상에 올라가 멀리 밀려간 바다를 바라보고 내려오다 관악합주부 교실에 들렀다. 8년 전에 창단했지만 지난해 제34회 대한민국 관악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랑스러운 후배들이다. 50여명의 후배들이 악기를 들고 선배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모교를 찾은 나에게 헌정하는 두 곡을 연주했다. 첫 곡은 행진곡이었고 또 한 곡은 콘서트 밴드를 위한 관악곡이었다. 나는 그 두 곡을 차렷 자세로 서서 들었다. 뜨거운 영혼의 소리를 가진 악기들이 내 왼쪽 심장을 힘차게 울렸다. 많은 연주회에 다녔지만 그 연주만큼 감동스럽지는 않았다. 곡이 끝날 때마다 나는 힘차게 박수를 치며 ‘브라보’를 목청껏 외쳤다. 중학교에 입학해 김달진 작곡 윤이상 작곡의 교가를 배우던 음악시간이 떠올랐다. 그땐 몰랐지만 세월이 흘러서야 우리 교가가 왜 힘차고 아름다웠던지 알았다. 저 어린 뮤지션 중에 미래의 윤이상이 꼭 있을 것이라고 축복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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