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감사와 인사 책임자를 전격 교체, 대대적인 인사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내부 감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직원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삼성은 15일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인사지원팀장에 대한 교체를 단행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8일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부정ㆍ부패 척결 의지를 드러낸 지 일주일 만이다.
감사를 총괄하는 새 경영진단팀장에는 정현호(왼쪽)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 사업부장(부사장)이, 인사 및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인사지원팀장에는 정금용 삼성전자 전무가 각각 임명됐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삼성그룹의 조직 문화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정유성 부사장과 감사를 포함한 경영진단을 담당했던 이영호 전무가 사의를 표명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경영진단팀장을 맡은 정 부사장은 1983년 삼성에 입사, 국제금융을 포함해 다양한 경영관리 업무를 경험한 재무전문가다. 인사지원팀장에 기용된 정 전무는 1987년 이후 삼성전자에서 인사를 담당해온 대표적 인사통이다.
삼성그룹이 주로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조직을 운영해 온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인사는 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란 반응도 나온다. 최근'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대내외에 천명한 이 회장의 의지가 그 만큼 강하다는 것.
삼성 관계자는"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부정을 일소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대대적인 계열사 감사와 경영진단, 물갈이 인사가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이번 인사가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현재 감사팀에 대한 인력보강 작업을 진행중이며 경영진단팀의 별도 운영 등을 포함한 조직 보강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과 최모 삼성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삼성의 이번 인사에선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인사지원팀장 교체. 비록 외형상 부사장이 관장했던 인사지원팀장 자리를 한 단계 낮은 전무급 인사로 대체했지만, 계열사최고경영자(CEO)에 버금가는 위상을 자랑할 만큼 역할과 권한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지원팀장을 바꿨다는 것은 전면전인 새판짜기를 예고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문제가 언제든 주요 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젊고 능력 있는 인재 발탁 문제가 그룹 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인사지원 팀장의 비중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깨끗한 삼성의 조직 문화, 투명 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이 회장도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 앞서 '젊은 삼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해외 출장 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느 시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젊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테크윈 비리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느 수준까지 미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구질서를 정리하고 새로운 경영체제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작업이 인사차원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대대적인 감사 등으로 위축된 그룹 내 분위기를 감안, 조만간'당근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김순택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부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떠난 이 회장을 배웅하는 자리에서"조직에 긴장감만을 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기 진작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일본 출장 길에 나선 이 회장은 귀국 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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