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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해법, 대학 구조조정이 먼저다] (2) 고삐 풀린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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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해법, 대학 구조조정이 먼저다] (2) 고삐 풀린 대학들

입력
2011.06.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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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 낙인' 30개大중 11곳 자율화이후 개교… 등록금으로 연명

지방의 4년제 단과대학인 S대는 2002년 말 설립 심사 당시 대학설립심사위원회로부터 '도서관 시설, 강의실, 실습실, 기숙사 등의 시설이 매우 취약하고, 재단 이사장의 재정확보 및 대학운영 능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건물과 교수,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을 세울 수 있도록 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설립 인가를 받아, 2003년 3월 개교했다. S대는 2008~2010년 3년 연속 학생 충원률이 50%대에 불과했고, 정ㆍ부ㆍ조교수 없이 전임ㆍ시간강사로만 강의를 진행할 정도로 부실해졌다. 결국 S대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명단에 들어가 사실상 '퇴출 대상 대학'으로 분류됐다.

대학 자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도입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세워진 대학들의 상당수가 퇴출 대상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조사 결과, 지난해 교과부가 발표한 30곳의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가운데 4년제 대학 9곳과 전문대학 2곳 등 11곳이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세워진 대학들로 확인됐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1995년 발표된 '5ㆍ31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소규모, 특성화 대학의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사실상 대학 설립의 고삐를 풀어 부실대학을 양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은 김영삼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5ㆍ31 교육개혁안' 수립에 관여했고, 대학설립준칙 제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설립 준칙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학들은 부실 정도가 심각했다. 정부 출연대학 및 종교계통 대학을 제외한 준칙대학 43곳 가운데 27.9%인 12곳이 설립자 또는 학교법인이 이미 하나 이상의 대학을 운영하고 있었다. 상당수는 기존 대학조차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새 대학의 설립을 인가 받았다. D학교법인은 J산업정보대학을 운영하며 법인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못할 정도로 영세했으나 1998년 4년제 T대학을 세울 수 있었다. T대는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가운데서도 부실 정도가 심해 재학생들이 등록금의 3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는 '최소대출 대학'으로 분류됐다. 또다른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인 N대와 H대도 동일 학교법인이 운영하던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90%에 이르고, 법인전입금 비율은 1% 미만이었음에도 설립 준칙에 따라 개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학설립이 쉬워지면서 1992년 140곳이었던 4년제 대학은 1997년 임기 말엔 180개로 늘어났다. 1990년 127만명이었던 4년제 대학생은 1998년 196만명으로 늘어났고, 2010년엔 245만명이 됐다. 20년 만에 대학생 숫자가 2배로 증가한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험생의 감소로 인해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학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됐음에도 교육 당국은 자율화라는 명목 하에 부실 대학을 양산한 책임이 있다"며 "대학 숫자를 늘려 경쟁시키면 등록금도 낮아질 수 있다는 논리였는데 정반대로 부실 대학들이 등록금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빚나는' 졸업장 땄는데 취업 무용지물

경기 수원시에 사는 한모(27ㆍ여)씨는 졸업 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월 13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사무보조원이다. 한씨는 비교적 취업이 잘된다는 서울 소재 대학교의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2,600만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금 상환을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취업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 융자의 금리가 전세자금 대출보다도 비싼 연 6%에 달했다. 한 달에 60만~70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2년간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졸업도 늦어졌다. 이렇게 고생해 남은 빚은 600만원 남짓으로 줄었다. 하지만 어느새 대기업에 취업하기 적정한 연령이 훌쩍 지나버렸고 '직업상담사'자격증 준비를 할까 생각 중이다. 직업상담사 응시자격에는 아무런 학력제한이 없다. 청춘을 몽땅 투자해 성취한 대학졸업장이 자신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했다.

올 2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34만6,000명으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2000년 대졸 이상 실업자는 23만명이었다. 불과 10년 만에 11만6,000명이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실업자 대열에도 끼지 못하는 대졸 이상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는 올해 1분기 기준 295만2,000명에 달한다. 이 중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만 201만4,000명에 이른다. 매년 14조원이 넘는 대학등록금을 학생과 학부모가 지불하지만 경제적 효과만 따진다면 이 중 절반은 버려지는 셈이다.

어렵사리 취직해도 평생직장을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4년제 대학 25개교의 2002년도 대졸자 3만6,125명을 표본으로 2002년 2월 대학졸업 후 2009년 6월까지 7년3개월 동안의 취업상태를 조사한 결과, 근속기간 3년 이상인 '주요 일자리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절반 이하인 43.4%에 불과했다. 즉 어렵게 직장을 잡아도 절반은 비정규직이나 취업 불안정한 임시직이라는 의미다.

한씨는 "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는 사회이니 안 갈 수도 없고… 그나마 대학 교육과정이 충실했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 비싼 등록금을 받고 대학이 준 것이라곤 달랑 졸업장 한 장"이라고 못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등록금 목맨 국내 대학, 수익창출 '팔짱'

국내 대학 등록금이 치솟는 주된 원인은 대학들이 지나치게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일보가 서울지역 사립대 가운데 재학생 1만명 이상인 대학 20곳의 2010회계결산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자금수입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등록금 의존율)은 약 66.4%에 달했다. 반면 재단 전입금과 기부금 수입 비율은 한자릿수에 머무르는 곳이 적지 않았다.

등록금 의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성대로 84.2%에 달했다. 광운대 82.1%, 서강대 75%, 국민대 74.6%, 경희대 74.5, 한국외대 73.7%, 명지대 73.3%, 세종대 72.1%, 건국대 69.8%, 홍익대 68.6%등 상당수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70%에 육박했다.

외국 주요 대학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 2007년 수입구조 기준 하버드대의 등록금 의존비율은 5.3%, 조지아공대 12.1%, 미시건주립대 22.3% 다. 영국 대학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2007~2008년 기준 26.7%, 일본은 2008년 기준 13.5%다. 이들 대학들은 수입구조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기부금과 투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3.4%에 달하는데 이를 위해 대학은 하버드경영회사를 별도로 설치해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한다. 일본 게이오대는 대학이 직접 뛰며 투자수익, 연구비 수익 등을 확보하고 이를 학생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이오대 2006년 학교회계 수입항목을 보면 수업료와 입학전형료 등을 모두 합친 수입이 전체 수입의 1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산관리로 얻은 수입 34.1%, 의료활동으로 얻은 수입 16.4%, 기부금 3.9% 등이다. 학교 살림의 대부분을 학생들에게 떠 맡기고 건축기금 등을 쌓아두는 국내 대학들과 판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일본, 영국 등을 앞질러 있다. 201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519달러로 11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일부 대학이 교비 회계에서 돈을 빼내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9 사립대학 감사백서'에 따르면 A대학은 법인 수익사업체인 병원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비 회계 41억5000만원을 유용했고, B대학은 인력개발원 운영비 10억원을 교비로 불법 지원했다 들통났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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