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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佛 수작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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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佛 수작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입력
2011.06.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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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송과 재즈 선율을 실은 흑백화면이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아날로그 터치의 수려한 화면엔 따스하면서도 정감이 어려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는 스크린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부르는 보석과도 같은 영화다. 쓸쓸하면서도 애절하고 환상적이다. 스크린이 명작의 캔버스가 된 듯한 경이로운 체험을 안겨준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좀 단순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하던 중년의 떠돌이 마술사가 파티장에서 만난 술주정뱅이의 제안으로 스코틀랜드 시골까지 흘러가게 되며 겪는 일을 그린다. 조락한 인생을 맞은 마술사는 시골 선술집에서 만난 소녀 종업원 앨리스에게 동정심 깃든 애정을 느끼고, 앨리스는 마술이 실제인양 믿으며 마술사를 따른다. 다시 방랑 길에 오르는 마술사를 따라 나서는 앨리스. 그녀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스코틀랜드의 고도 에든버러를 행선지로 정하고 마술사는 군말 없이 열차 티켓을 끊는다.

마치 불필요한 그 무엇이라는 듯 대사는 절제되고 절제된다. 등장인물들이 가끔씩 내뱉는 짧은 대사는 감탄사와도 같다. 가끔씩 등장하는 자막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영화는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수려한 그림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전하고, 기승전결을 이어간다. 안개 낀 스코틀랜드의 호수, 전통음악에 맞춰 주민들이 흥겨움을 더하는 선술집 풍경 등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정서를 반영한다.

중반부부터 스크린을 채우는 에든버러의 풍광은 특히나 아름답다. 고성과 고택들이 조화를 이루고, 현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에든버러의 모습에 여행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당장 짐을 싸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어할 듯하다. 도시 문명에 눈을 뜨고 동시에 사랑을 알아가는 앨리스, 그런 그녀와의 생계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일에 몰두하는 마술사의 상반된 모습이 극적 감정을 고조한다. 고풍스러운 도시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마술사의 모습을 대치시키며 쓸쓸함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종반은 쓸쓸하다 못해 서글프다. 우연히 마주친 젊은 남자와 사랑을 키우게 된 앨리스와 마술사로서의 삶이 종착역에 다다랐음을 깨달은 마술사의 이별이 가슴을 친다. '마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술사의 쪽지는 오래도록 가슴 속에 공명한다.

'윌로씨의 휴가'(1953) '플레이 타임'(1967) 등을 만들며 프랑스의 채플린으로 알려진 영화감독 자크 타티(1909~1982)의 각본을 옮겼다. 감독은 '벨빌의 세 쌍둥이'(2003)로 이름을 알린 실뱅 쇼메.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그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마술사란 뜻의 제목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듯한 영화. 16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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