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사건의 브로커 유상봉(65)씨의 병 보석 후 행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씨가 보석 후 찾아와 협박을 했다는 임상규 순천대 총장의 동생과 함바집 관계자들의 진술이 나온데다, 그가 2박3일 일정으로 부산까지 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병 보석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유씨는 활개를 치고 다닌 셈이다.
15일 서울 동부지법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4월26일 '부산을 2박3일로 다녀오겠다'는 여행허가신청서를 재판부에 신청, 허가를 받았다. 갑상선암, 당뇨 등으로 구속 재판을 받기 어렵다며 유씨가 신청한 보석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건 같은 달 8일로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당시 재판부는 유씨의 주거를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 송파구 자택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유씨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보석을 신청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허가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2, 3월에 두 차례 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리고 4월 병 보석이 결정된 뒤에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부산 등지를 오간 것이다. 부산은 유씨가 함바집 운영을 했던 주 활동 무대다. 유씨의 과거 동업자 중 한 사람은 "유씨가 건설현장에 나타나 맡긴 돈을 달라고 하는 등 부산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뿐 아니라 수도권 여러 곳을 다니며 돈 문제 등을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또다른 동업자는 "과거에 거래했던 건설업자들을 찾아 다니면서 채무관계 청산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자살한 임상규 순천대 총장의 동생 승규씨는 "보석으로 풀려난 유씨가 형님을 마구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재판부의 유씨에 대한 병 보석 결정이 적절하게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첫 보석 신청 기각 이후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두 달 동안 유씨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며 "보석 후 그의 행적은 재판과는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보석 취소 등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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