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프랑스)이냐, 신흥국(멕시코)이냐. 아니면 중립이냐.'
정부가 이달 말로 예정된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출과 관련, 누구를 지지할 지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IMF 이사회에서 압축된 최종 경합 구도는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과 멕시코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중앙은행 총재간의 2파전. 이스라엘의 스탠리 피셔(67) 중앙은행 총재도 도전장을 냈으나 나이제한(65세 이하)에 걸려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선진국 대 신흥국(개도국)의 대결구도인 셈이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서 비롯된다. 사실 1946년 출범 이래 10명의 IMF 총재는 모두 유럽 출신이었다.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17.67%)의 묵인 아래, 유럽(지분 합계 35%)에서 자연스레 총재를 독식해 왔다. "가끔 여러 후보가 나설 때도 사실상 유럽의 독주 구도여서 굳이 누구를 지지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불명예 퇴진을 계기로 최근 국제경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신흥국을 대표해 멕시코 출신이 나서면서 사정이 복잡해졌다.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는 자체가 '더 이상 선진국만의 독식은 곤란하다'는 신흥국들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의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작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온 터라 이번 투표를 앞두고 양자택일이 더욱 힘들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 자체가 선진국과 개도국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결구도에선 입지설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미국ㆍ일본의 움직임 등 여러 상황을 고려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3가지. 일찌감치 프랑스 또는 멕시코 가운데 한 쪽을 지지한다고 밝히거나 아니면 끝까지 중립을 지켜 기권하는 것.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추후에 관계국들의 섭섭함을 살 공산이 커 이래저래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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