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용컴퓨터 서버에 개인 신상정보를 마구 수집해 무기한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법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지만, 그 동안 별 생각 없이 이러한 행태를 지속해 온 것만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인권을 앞세우는 경찰'을 모토로 삼은 지가 언제부터인데, 내부적으로 이만한 것조차 걸러지지 않았으니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어 검찰 기소와 법원의 선고까지 모든 정보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ㆍ킥스)에 저장된다. 4월 말 현재 5,500여만 명(중복 포함)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보관ㆍ유지되어야 할 자료지만 문제는 그 중 43%가 범법자가 아닌 피해자와 참고인 정보라는 점이다. 결국 경찰과 접촉만 했다면 개인신상정보가 입력되어 영구히 보존되는 셈이다. 국민의 불쾌감과 불안을 넘어 경찰에 의해 오ㆍ남용될 소지가 충분하고, 실제 악용된 사례도 적지 않을 터이다.
1차적으로 근거 법률인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에 개인정보 저장에 관한 규정만 있고 범위나 시한, 보호와 관련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킥스를 통해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개인신상정보를 조회하는 경찰이 13년 동안 범죄와 무관한 국민들의 신상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니 허술한 규정을 오히려 이용하고 있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개인적으로 항의나 청원을 하면 삭제해 주었다는 사실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조만간 검찰, 법무부와 협의해 구체적 운영 규칙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저히 정리하여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에 의한 심각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앞서 최소한의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킥스 본래의 목적과 무관한 개인의 신상정보는 저장과 보관을 엄격히 제한하고, 외국의 경우처럼 익명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경찰 스스로 개인정보 조회 관리를 엄정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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