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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흰 민들레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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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흰 민들레 농사꾼

입력
2011.06.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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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로 은현리 청솔당 마당에 흰 민들레 200송이 이상이 피었다. 수와 거리가 먼 시인의 헤아림이 어찌 정확하겠는가마는 그쯤 된다는 것이다. 자못 감회가 새로웠다. 청솔당에 짐을 풀고 맞이한 첫 봄에 마당에 흰 민들레 몇 송이가 피었다. 그때부터 나의 흰 민들레 농사가 시작되었다. 흰 민들레가 노란 민들레에 비해 뛰어난 약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과의 ‘전쟁’이 흰 민들레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흰 민들레가 자생하는 토종 민들레인 것과 흰 민들레는 흰 민들레끼리 만나야 싹을 피우기에 발아율이 아주 낮다는 이야기를 해 주며 도움을 청했다. 약으로 꼭 필요하면 흰 민들레 농장에서 만들어 파는 제품을 이용하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본다는 소개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미안했지만 자생력이 강한 외래종 노란 민들레 퇴치에 나섰다. 노란 민들레가 꽃을 피우는 것까지만 허용하고 그 이후에 잘라 버렸다. 민들레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어서 노란 민들레는 뿌리까지 뽑아 버렸다. 노란 민들레에도 토종이 있다. 노란색이 진하지 않고 꽃받침 역할을 하는 총포조각이 위로 붙어 있는 것도 토종이기에 별도 관리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청솔당 마당에 외래종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흰 민들레가 여기저기서 봄부터 초여름까지 쉼 없이 꽃을 피웠다. 이제 명함을 새로 찍어도 되겠다. 시인, 교수가 아닌 ‘흰 민들레 농사꾼’이라고.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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