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코치로 3루 베이스 곁을 지키던 습관이 남아서였을까. 프로야구 두산의 김광수(52) 감독 대행은 경기 내내 좀처럼 자리에 앉질 못했다. '선장'으로서의 데뷔전이라는 부담감에 긴장한 기색도 역력했다.
긴장을 풀어준 건 선수들이었다. 경기 전 미팅에서 김 감독대행은 "두려워하지 마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며 어리둥절했을 선수들을 다독였다. 선수들은 "물러나신 김경문 감독님도 우리가 잘하기만을 바랄 것"이라며 필승을 다짐했고 결과로 보여줬다.
14일 잠실 넥센전. 두산이 5-3으로 넥센을 꺾고 김 대행의 사령탑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 감독 대행에게 첫 승리를 안긴 건 공교롭게도 김경문 감독의 '황태자'김현수였다. 김현수는 1회 무사 2ㆍ3루에서 우중월 3점 홈런(시즌 4호)을 쏘아 올렸다. 4-3으로 쫓긴 6회에는 2사 1ㆍ3루에서 7번 양의지가 깨끗한 좌전 적시타로 쐐기 타점을 올렸다. 김현수는 3타수 3안타로 시즌 최다 타점인 4타점을 쓸어 담았다.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타격 기계'로 성장한 김현수였다. 무명의 김현수를 김 감독은 1군에 발탁한 뒤 줄기차게 주전으로 중용한 끝에 대(大) 선수로 키워냈다. 홀연히 옷을 벗은 김경문 감독의 빈자리가 허전했던지 김현수는 맹타로 깊은 아쉬움을 달랬다. 마운드에서는 '미운 오리' 페르난도 니에베가 '깜짝' 호투를 펼쳤다. 5와3분의2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3패 끝에 데뷔 첫 승. 약점이었던 제구력이 거짓말처럼 안정을 찾으면서 시즌 최다 탈삼진(종전 4탈삼진)으로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뤘다.
두산은 넥센전 5연승을 내달렸고 최하위 넥센은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13일 김경문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면서 뒤숭숭했던 두산은 이날 승리로 일단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성공했다. 경기 내용도 좋아 반격의 조짐도 엿보였다. 순위는 여전히 7위(24승2무32패)지만 투타의 짜임새가 심상찮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LG를 7-3으로 제압, 4연승에 성공하며 4월6일 이후 69일 만에 2위로 올라섰다. LG와 KIA는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8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로 5승(4패)을 달성했고 김상수는 3회말 LG 선발 박현준을 두들겨 결승 솔로 홈런(데뷔 2호)을 뿜었다. 다승 1위인 LG 박현준은 3과3분의2이닝 5실점으로 4패(8승)를 떠안았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KIA를 12-3으로 대파하고 6위를 지켰다. 12점은 한화의 올시즌 최다 득점. 한화는 4-3으로 앞선 7회말 이대수의 만루홈런(데뷔 2호)을 포함해 대거 8득점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7이닝 3실점으로 시즌 6승(6패)째를 따냈다. 류현진의 11탈삼진은 올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이다. 선두 SK는 인천에서 5위 롯데를 8-5로 물리치고 3연승을 내달렸다. 홈런 1위인 롯데의 이대호는 1회초 손아섭에 이은 연속 타자 홈런(1점)으로 17호 대포를 작성했지만 팀 패배 탓에 웃을 수 없었다.
대구=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양준호기자 pires@hk.co.kr
김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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