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으로 날아갈 1,000억원은 누가 책임지나."
국토해양부와 성남시, LH의 근시안적인 신도시 개발과 교통 정책으로 멀쩡한 도로를 옮기는 데 1,000억원의 지역 사업비를 낭비하게 됐다.
14일 성남시와 LH,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판교신도시 거주민으로부터 극심한 소음민원이 제기되어온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운중동 북단에 위치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운중교 구간(1.84km)을 북쪽으로 110m 가량 옮기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설계 용역에 착수한 도로공사는 토지 보상작업을 거쳐 올해 말 착공해 2015년 완공할 계획이다.
판교신도시 운중동 북단에 거주하는 6개 아파트 단지 1,450세대는 그간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아파트가 불과 33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차량 소음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도로 이전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문제는 신도시와 고속도로 건설의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정부 당국의 단견에서 비롯됐다. 국토해양부는 판교신도시 도시계획을 수립하던 2004년 4월 당시 '성남 판교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이 소음 문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 도로 인근 6개 지점에서 측정한 소음치가 대부분 기준을 넘어섰고, 특히 A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서의 측정 결과는 예상 최고 소음치가 주간 72.7㏈, 야간 65.7㏈에 달했다. 이는 소음진동규제법상 교통소음 규제치(주간 68㏈, 야간 58㏈)와 환경정책기본법상 도로변 소음 기준치(주간 65㏈, 야간 55㏈)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도로 옆에 방음벽(높이 3m)만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추후 조사에서 방음벽을 설치할 경우 운중교가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그마저도 설치가 취소됐다.
여기에 2006년 8ㆍ31대책으로 국토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하면서 당초 15층으로 계획된 A아파트를 18층으로 증축하도록 허용, 아파트 높이가 고속도로보다 높아져 최상층 소음치가 71㏈까지 심해졌다. 이에 방음벽 추가 설치, 소음저감용 도로 포장재 사용 등이 검토 됐지만 모두 무산됐고, 결국 7년이 지나 '도로 이설'이라는 더 큰 화를 부른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용도 폐기되는 외곽순환도로의 운중교는 2007년 14억원을 들여 내진 보강공사까지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판교신도시 기반시설 조성 등에 쓰여야 할 판교 사업비 1,063억원이 도로 이전으로 공중 분해될 처지에 놓였다.
성남환경운동연합 황성현 사무국장은 "계획도시라고 자부하면서 정부가 대책 없이 사업을 추진해 이 같은 엄청난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LH, 성남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 시행사업 중에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승인권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순 없다"고 발뺌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시 사업구역이긴 하지만 판교신도시 개발 전체를 국토부와 LH가 총괄해 개발계획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총괄계획 수립 과정에는 또 다른 사업 시행자인 성남시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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