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백암 박은식(1859~1925) 선생이 스물세 살이던 1882년 제주의 대표적 유학자 김희정(1844~1925)에게 보낸 편지가 14일 공개됐다.
김익수 국사편찬위원회 제주지역 사료조사위원은 5일 김희정 가문의 문서들을 조사하다가 이 편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편지는 발견 당시 김희정의 저서인 (北遊記) 표지에 덧붙여져 있었다.
백암이 10월 5일 서울에서 보낸 이 편지는 김희정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백암은 '학업을 열심히 하다가 배를 타고 돌아가 주신 편지를 받고 매우 위로가 되었습니다. 삼가 서리 내리는 계절에 부모님 모시고 형께서 건강히 계시다니 매우 위로가 되고 그리워 축도 하는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백암은 김희정이 미역 두 묶음을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선물 두 개를 보냈다는 것과 제주도에서 만든 갓을 구하고 싶다는 부탁도 함께 전했다.
김미루 사료조사위원은 "이 편지를 통해 유림 세력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제주도까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한말 의병항쟁 때 소식통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편지가 책 표지에 덧붙여져 있었던 것에 대해 "책 표지로 위장해 안전하게 보관하려 했거나 종이가 없어 표지에 덧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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