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제야 부실한 군 의료체계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까운 젊은이들의 희생 뒤끝이어서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군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들이 의료 수준이나 오진 때문에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제, 큰 틀에서 군 의료 및 후송시스템을 개선하고 군 병원을 민간병원과 연계하는 두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적정 수준의 군의관 확보 방안을 포함한 군 의료체계의 전면개편 의지를 밝혔다.
전투가 아닌, 복무 중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무의미한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문제는 구체적 방안과 비용이다. 신속하고도 신뢰할 만한 치료시스템을 어떻게 갖추며, 그 소요비용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게 초점이다. 민간 최고병원 수준의 군 병원을 만들기 위해 통합병원을 민영화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방식과 함께 국방의학원 설립, 군의관 급여 현실화, 위탁교육, 외상센터 설치, 격오지부대 원격진료시스템 등 다양한 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은 대개 아이디어 차원이다. 당장 국방당국과 군 지휘부, 의료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 논의를 해야 한다. 이번 대학등록금 문제에서도 재연됐듯 복잡한 이해로 인해 원론 수준의 주장들만 무성한 식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돼선 안 된다.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당장 개선이 가능하고 시급한 것이 군 지휘부의 인식 전환이다. 최근 잇따른 병사들의 희생도 태반은 병사의 고통을 전력 누수 차원에서만 다루는 지휘관들의 경직된 인식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평시에 군이 내 생명을 아끼고 보호해준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유사시 위험을 무릅쓴 헌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환자 발생에 관한 한 선조치 후보고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병사들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인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군 의료체계는 장병들의 생명 보호와 대국민 신뢰 제고와 직결된 사안이다. 국가 안보역량 강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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