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논란 속에서 부실대학 퇴출을 포함한 대학 구조조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정책은 일관성도 없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입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제한이라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부실대학의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30개 대학을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으로 추려냈다. 그러나 한국일보 교육팀 취재 결과 해당 대학 중 12곳이 다른 정부 부처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200억 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받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각 부처가 조율 없이 시책을 펴다 보니 퇴출이 추진돼야 할 대학에 정부예산이 연명자금으로 투입된 것이다.
지원 사례를 보면 어떻게 이런 지원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재학생 충원율이 33%에 불과한 전북 S대에도 무려 20개의 재정지원사업이 돌아갔다. 또 충원율이 77%인 충북 J대는 27개의 재정지원사업을 따내 54억여 원의 예산을 받아냈다. 교과부는 대출한도 제한 대학 지정이 곧 퇴출 결정은 아닌 만큼 재정지원이 정책모순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부실대학의 실태는 '과연 우리 사회가 이런 대학들까지 끌어안고 가야 하나'하는 탄식을 낳게 한다. 한 대학은 부채가 81억 원인데도 신입생 유치를 위해 2008년 신입생의 99%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무리수를 둬야 했다. 당장은 각종 장학금으로 유혹해 학생들을 끌어 모으지만, 상당수 부실대학들은 등록금 의존율이 90%를 넘길 정도로 학생 착취구조가 만연해 있다. 이밖에 신입생이 모자라 직원을 입학 처리한 곳이나, 계획된 강의가 절반밖에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교육의 질이 떨어진 학교도 있다.
학생들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대학진학률이 80%에 이르는 현실에서 모든 대학에 한정된 정부 예산을 마구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로서는 대학 지원을 확대하되, 옥석을 가려 사회적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일관되게 정부 지원 확대에 앞서 대학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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