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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바닷속sea-depth - 한 천년이 다른 천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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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바닷속sea-depth - 한 천년이 다른 천년에게

입력
2011.06.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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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프롤로그

태몽의 어머니는 상어 고기를 먹는다.

어른이 되고 선풍기를 틀고

잠이 들면 이따금씩 바람은 꿈속을 파고들어와

기괴한 육체로 나를 능가한다. 그러나

‘무섭다는 것은 깨달음이 아냐.’

본능의 안식처가 생애 전체를 뒤흔들 뿐이다.

너무 흔들리면 영혼이 아프지 않고 그냥

形象만 거대하게 시푸르뎅뎅하다.

눈을 감는다, 바닷속. ‘끔찍하다는 게

아니라.’ 첫 입맞춤에 눈이 열리면 물고기.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바닷속.

● 우리가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는 상어 고기를 드시며 원(願)을 세우셨겠죠. 무엇에게도 잡아먹히지 말고 살아라, 제발! 먹히지 않으려고 뭔가 잡아먹는 기괴한 육체의 논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선풍기를 틉니다. ‘살아 보니 삶이 무섭더라.’ 어른이 되어서 맛보는 첫 번째 깨달음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깨달음은 아니기를…. 깊고 드넓은 바닷속이 최소 천 년은 핏빛이었지만, 앞으로 시작될 너의 날들은 첫 입맞춤에 눈뜬 성년의 육체처럼 아름답고 신선하거라. 어머니, 무섭다는 깨달음에 먹히지 말고 고요하게 계속 헤엄쳐 나아가라고 상어를 잡아서 드셨던 거군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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