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담이 이달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대표가 13일 오전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수락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임 인사차 손 대표를 방문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라면 환영한다"면서 "더구나 민생을 걱정하면서 그러시는 건데 이러고 저러고 토를 달 이유가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민생에 관해 대화 제의를 했는데, 민생이라면 나도 손 대표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의제와 시간을 조율해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김 수석이 전했다.
앞서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지금 국민들이 아파하면서 민생을 돌보라고 외치고 있다"며 "대통령과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지금 우리 사회, 우리 국민에게 닥친 삶의 위기에 대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다.
김 수석은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 시기와 관련, "7월 초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있으니 그 전에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달을 넘기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회동이 성사되면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단독 회동은 2008년 9월 이 대통령과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만남 이후 2년 10개월여 만이다. 또 이 대통령과 손 대표와의 회동은 2008년 5월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의제 조율 등의 과정이 남아 있어 회동 시기가 늦춰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신년 TV좌담회와 3∙1절 기념식을 통해 손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 논의가 진행됐지만 전제 조건과 의제 등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 차이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됐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이번에 만나게 되면 의제는 반값등록금,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대책 등 '민생 문제'가 되겠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
손 대표는 이와 관련 "반값 등록금만의 문제가 아니고 물가, 일자리, 전∙월세, 저축은행 부실, 한없이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도 큰 일"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이익균형이 깨진 문제도 논의해야 하고 갈수록 악화돼 가는 노사분규도 이렇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민주당과) 의제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민생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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