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민생경제' 영수회담에 청와대가 긍정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구체적 시기와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은 2008년 9월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두 지도자가 직접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국 분위기를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연초에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이 꽤나 구체적으로 거론됐다가 무산된 경험으로 보아 양측은 의제나 구체적 성과를 따지기에 앞서 우선 원만한 회담 성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야 영수회담'이라는 말이 적잖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원론적 지적에 공감한다. 이 대통령이 여당 당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형식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로서 대표에게 당권을 위임해 놓은 듯하던 정치구조가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충성심 강한 측근들을 통한 실질적 당 장악력도 많이 약해졌다. 야당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압도적 권위와 지도력을 가진 '제왕적' 총재나 대표의 존재를 더 이상 상정할 수 없게 됐다. 이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민주화의 누적적 결과다. 이처럼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의 대화나 합의가 여당과 야당을 나란히 구속할 수 없는 실정이고 보면, '영수회담'이라는 말은 과장됐다.
그러나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청와대 영수회담'의 정치적 의미는 여전히 가벼이 여기기 어렵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는 최소한 여야 각각의 집단의사를 상징적으로는 대변할 수 있어, 대화를 통해 정국 현안의 대체적 해결 방향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여야 대화와 절충 분위기를 고무한다. 또한 청와대 회동이 과거처럼 정국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정도로 무겁지 않다는 점에서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가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상호이해의 폭만 넓혀도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여야 관계에 약이 된다. 양쪽 모두 정략을 버리고, 회담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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