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 나가기가 힘들 것 같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임상규 순천대 총장의 유서에서)
임상규(62) 순천대 총장의 자살은 검찰 수사의 압박감을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한 데 따른 선택이었다는 게 다수의 분석이다.
임 총장은 최근 함바집 비리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부당인출 사태와 관련해 각각 검찰의 내사와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장관 출신에 현직 국립대 총장이라는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당혹감과 함께 자괴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달 초 함바집 사건 브로커 유상봉(65ㆍ보석 중)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내사를 받고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황은 이 같은 심리상태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바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 여환섭)는 최근 임 총장에 대해 강도 높은 내사를 진행 중이었다. 유씨가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등 고위 공무원과 경찰 등 로비 인맥을 형성하는 데 임 총장이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그 대가로 금품이 오간 것으로 봤다. 검찰은 지난달 유씨와 관련자들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북지역 함바집 운영권 확보 대가로 임 총장에게 몇 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건넸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지만 3,000만원을 더 준 것으로 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계좌 추적과 관련자 소환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내사를 진행했고 임 총장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내사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임상규 총장이 함바집 사건의 '몸통'이라는 시각과 함께 구속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물론 "아파트 매매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것이었을 뿐 유씨로부터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미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에 더해 임 총장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전인 지난 1월 말 5,000만원의 예금을 중도해지하고 인출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처했다. 지난 3일에는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2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 총장이 부산저축은행뿐 아니라 10개 금융기관에서 돈을 찾아 아들과 동생에게 빌려줬다고 말해 조사해본 결과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 추가 소환 계획을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총장이 자살하면서 검찰 수사는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 총장의 동생 승규(54)씨는 "형님이 목숨을 끊은 것은 유씨의 끊임없는 협박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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