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56) 오리온그룹 회장이 빼돌린 회사 돈이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13일 담 회장을 회사 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55) 그룹 사장은 남편이 구속된 점 등을 감안해 입건유예했다.
검찰은 앞서 조경민(53) 그룹 전략담당 사장과 홍송원(58) 서미갤러리 대표를 지난달 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지난 3월22일 오리온그룹 본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80여일 만에 마무리됐다.
당초 160억원 정도로 알려졌던 담 회장의 횡령ㆍ배임금액은 3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담 회장이 해외 유명 작가의 고가 미술품 10점을 법인자금으로 구입해 성북동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고 감상한 행위를 검찰이 횡령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담 회장은 시가 55억원 상당의 미국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작품 ‘페인팅 11.1953’을 비롯해 고가 미술품 10점(시가 140억원)을 집에 걸어놓았다. 검찰은 “대기업 사주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뒤 자택 장식품으로 설치한 행위에 횡령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라며 “법인 활동과 무관한 불요불급한 작품을 사주의 취향에 따라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리온그룹이 법인자금을 사금고처럼 이용해 거액을 횡령한 사실도 다수 적발됐다. 담 회장은 법인 영업소를 별채로 전용하면서 공사비와 수리비까지 회사 돈으로 부담시켰으며,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등 법인이 리스한 고가 수입차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검찰은 “사택 관리인력 급여까지 법인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관행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 회장은 또 그룹 계열사에 포장재를 독점 공급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위장회사를 차명으로 보유한 후 배당금과 급여, 퇴직금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희 부장검사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되는 시기에도 여전히 사주들이 법인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후진적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수사가 대기업 사주의 기업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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