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입대하는 모든 병사에게 뇌수막염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육군 훈련소에서 뇌수막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사망하거나 치료를 받자 국방부가 내놓은 방안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시행할지가 불분명해 '말 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현재 미국에서 수입해 시판할 예정인 뇌수막염 백신이 임상실험 후 식약청 승인단계에 있고 국내에서도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입대 전 병사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판 약이 개당 100달러에 달하지만 단체로 구입하면 40달러 정도면 된다"며 "연간 입대 병사가 30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춰볼 때 매년 140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수막염은 백신 접종 시 95% 이상 발병을 막을 수 있다. 국방부는 이미 미국 제약사를 통해 백신 구입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아직은 실현 가능한 대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백신의 임상실험이나 개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현재로선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도 의문이다. 뇌수막염은 몸을 부대끼며 단체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따라서 이전부터 군 입대 병사에 대한 백신 접종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국방부는 "국내에서 일년에 10명 정도 보고되는 병에 불과하고 일반 국민들도 백신을 맞지 않는데 병사들만 맞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부해 왔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입장을 180도 바꿨다.
예산도 문제다. 전체 국방예산이 3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140억원은 별로 부담되지 않는 액수일 수 있지만 2007년 이후 5년간 군대에서 발생한 뇌수막염 환자는 8명에 불과하다. 통계적으로 매년 1명 남짓한 환자를 위해 140억원을 쓰는 것이다.
또한 그간 8명의 환자 중 4명이 사망했는데 백신이 아니더라도 조기에 환자를 발견해 뇌수막염 항생제를 투여했더라면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이날 국방부 발표에서 정작 신속한 치료와 환자 발생시 후속조치에 대한 내용은 눈에 뜨지 않았다. 병력 2,500명인 육군훈련소 연대마다 기존 1명인 군의관을 2명으로 늘리고, 일반대 간호학과 남학생을 재학 중 간호장교로 미리 선발하겠다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군의관을 충원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심지어 군 관계자는 "수당을 올린다고 해도 군 부대가 대부분 격오지인 데다 복지가 턱없이 부족한데 의료 인력들이 흔쾌히 오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4월 말 뇌수막염 환자 사망에 대한 역학조사를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실시하고, 신병교육기관의 병영시설 개선을 위한 긴급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이에 대한 사전작업으로 이용걸 국방부 차관 등 군 의료체계 보강 추진위원들이 15일 육군훈련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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