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의 주역들이 오래간만에 만나 훈훈한 자리를 가졌다.
거스 히딩크(65) 터키 대표팀 감독과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년 만에 국내에서 해후했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은 11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만났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 명예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의 산파역을 했다. 일본에 비해 늦게 유치 경쟁에 나섰지만 정 명예회장의 전방위 외교로 한국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히딩크 감독은 '4강 신화'의 아이콘이다. 2001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탄탄한 조직력을 가다듬어 팀을 월드컵 4강에 진출시키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박지성을 월드컵 본선 개막 직전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 공격수로서의 숨은 재능을 일깨워줬다. 한일월드컵 이후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사령탑으로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스카우트, 유럽 무대에 데뷔시키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의 발판을 만들어줬다.
세 사람은 한일월드컵 당시와 박지성의 유럽 진출 과정에 대해 30분 넘게 환담했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이 없었다면 오늘 날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고 기쁘다"고 옛 은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은 내가 존경하는 선수가 됐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를 볼 때마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EPL 최고 명문 팀에서 당당히 붙박이로 자리매김한 제자를 대견스러워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이 네덜란드 리그에 적응하느라 고생했지만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선수가 될 가능성을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명예회장은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 명예감독직을 제안했고 히딩크 감독은 "은퇴 후에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첼시의 차기 사령탑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터키 대표팀에 묶인 몸이라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10일 입국한 히딩크 감독은 14일 울산에서 열리는 히딩크 드림풋볼 풋살장 개장식에 참석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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