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산정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한 감사원의 특감 방침에 대학의 반발이 만만찮다. 감사원은 지난 주말 양건 감사원장 직속으로 20여명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전국 국ㆍ공ㆍ사립대 202곳에 대한 특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들은 벌써부터 "대학만 너무 잡는 것 같다"느니, "대학 자율성에 대한 침해"라느니 하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들로서는 지도감독권을 가진 교과부를 제치고 감사원이 앞장서 나서는 상황 자체가 탐탁치 않을 수 있다. 특히 정치권이 불을 댕긴 '반값 등록금' 이슈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비등한 상황에서 대학이 마치 모든 부조리의 원흉인 것처럼 몰리게 된 상황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들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이번 특감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대학 재정이 공익적 취지에 맞게 바로 서는 것이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대학 재정운용의 정당성을 믿기 어렵게 됐다. 그 동안 대학 재정은 신뢰를 전제로 누구도 파헤치지 않는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들춰 보니 지난해 국내 사립대 재단 가운데 39곳이 학교운영을 위해 내도록 돼있는 법정부담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고, 11개 사립대가 주식투자로 날린 돈이 120억원에 이를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지난 10년간 학생들이 두 배 가까이 치솟은 등록금을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는 동안 웬만한 사립대 교직원들까지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 잔치를 벌여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도 드러났다.
대학만 잡겠다는 게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6%에 불과한 고등교육 투자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을 목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 맞춰 대학 역시 우리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신뢰 회복을 위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 감사원 특감은 이런 점에서 대학 재정에 대한 신뢰 회복의 출발점으로 수용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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