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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금리 "네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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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금리 "네 탓이오"

입력
2011.06.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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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면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은 동결한다. 시장이 동결을 전망하면 한은은 인상한다. 올 들어 6번의 금리결정 가운데 시장 예측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3차례. 지난 10일에도 시장의 압도적 동결 전망과 달리, 금통위는 인상, 그것도 만장일치 인상 결정을 내렸다. ‘동결 아니면 인상’인 50대 50의 상황에서 절반이 틀렸으니, “무턱대고 찍은 것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그러다 보니 불신의 골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에 대해 “금리결정이 원칙도 없고 소통도 안 된다”며 원성을 쏟아내는 반면, 한은은 시장에 대해 “자기들이 멋대로 해석해놓고 한은 탓을 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놓는다. 누구 책임이든, ‘파트너’가 되어야 할 중앙은행과 시장이 이처럼 엇박자를 거듭하는 건 시장안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측 가능성

김중수 한은 총재는 시장(채권시장) 참가자들에 대해 적잖은 불신을 갖고 있다. 채권딜러들이 스스로 베팅(투자)한 방향으로 전망을 쏟아내고, 한은이 그렇게 결정하도록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종종 “중앙은행이 시장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리 결정 과정이 투명하기는 해야겠지만, 항상 예측 가능한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총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늘 예측 가능하다면 어느 한 방향으로의 쏠림만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에서도 늘 예측과 맞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절반이 틀릴 정도로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재형 동양종금증권 차장은 “미국 연준(Fed)에서는 중간중간 경제 판단에 대한 충분한 자료 제공과 설명이 이뤄지면서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반면 한은 금통위는 결과로서만 말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니 시장에서는 “한은이 자체 논리가 아니라 정부 입김에 따라 금리 결정을 한다”는 억측들이 끊이질 않는다.

더구나 ‘시장 = 채권시장’이라는 편협한 시각도 깨야 한다는 지적.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구소, 교수 등 다양한 경제 전문가들의 금리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금리 결정 논거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미국 유럽 등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많은 전문가들이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점쳤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미국, 유럽 등 대외 불확실성은 5월보다 6월이 더 확대됐는데 그렇다면 6월 금리 인상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며 “이달 금리인상 자체는 이상할 것이 전혀 없지만 한 달 전과 금리결정의 논리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금리를 올릴 것이었다면, 어떤 점에서 봐도 5월에 올리는 것이 타당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장기적 통화정책의 흐름을 보지 않고 한 달 한 달의 결과만을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 큰 틀에서 금리 정상화 기조에 있다면, 금리 인상 시기가 5월이 됐든 6월이 됐든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한은은 ‘불확실성’을 보는 시각의 변화도 주문한다. 김 총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결정은 미래를 보고 얘기하는 것이지 과거에 일어난 일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난 달에는 그리스 사태 초기였기 때문에 어떻게 진전될 지 불확실성이 컸던 상황”이라며 “지금은 사태가 더 악화됐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런 식이라면 앞으론 금리예측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시장과 통화당국이 이렇게 빗나가는 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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