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삼겹살, 계란. 최근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관련제품가격에 의한 인플레이션) 3총사'다.
동시에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품목들.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애그플레이션 3총사의 고공행진을 막기 위해 정부도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좀처럼 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12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삼겹살 500g 소매가격은 1만2,272원으로 1년전에 비해 무려 47.2%나 올라 있다. 계란(10개 기준) 2,107원으로 31.2% 상승했고, 쌀(20㎏) 역시 소매가격이 9.8%오른 4만5,048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민들의 주식인 쌀, 반찬에서 간식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계란, 그리고 '국민안주'인 삼겹살까지, 서민생활품목들이 한결같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셈이다. 금(金)겹살, 금란, 금미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돼지고기와 계란은 가축질병 영향이 크다. 돼지고기는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구제역 파동으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30%에 달하는 330만 마리가 매몰됐다. 씨암탉 역시 같은 시기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20% 가량 살처분 됐다. 그러다 보니 삼겹살도 계란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값이 급상승하게 된 것이다.
쌀 역시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흉년이 들어 생산량이 전년 보다 무려 62만1,000톤(12.6%)이나 감소한 탓에, 값이 많이 올랐다.
정부는 이들 품목이 서민체감물가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해, 대대적인 공급확대를 모색해왔다. 삼겹살은 무관세까지 적용하며 돼지고기 수입을 늘렸고, 쌀은 비축물량 방출과 함께 2009년산 재고쌀을 '반값'으로까지 공급키로 했다. 계란도 산란용 병아리 100만수를 무관세로 들여왔고,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따른 종계 의무수입 물량도 20만 마리나 늘렸다.
그런데도 3총사의 가격은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지금의 쌀ㆍ삼겹살ㆍ계란가격 상승은 단순히 절대 공급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품목의 공급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기호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물량만 늘린다고 값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권오엽 aT 팀장은 "소비자들은 냉동 삼겹살보다 냉장 삼겹살을 선호하는데 냉장 삼겹살 수입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돼지를 출하하려면 보통 6개월 이상 걸리는데다 6~8월은 삼겹살 소비가 늘어나는 성수기이기도 해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쌀도 마찬가지. 09년산 쌀은 주로 학교급식 등 단체에 공급하고, 일반 매장에도 들여 놓고 있지만, 햅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밥맛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계란의 경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병아리가 알을 낳으려면 3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시간이 좀 지나야 공급이 원활해져 가격이 안정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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