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학의 재정운용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다. 최근 '반값 대학 등록금'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기초 실태조차도 파악되지 않아 정치권 등에서 정책 대안 도출이 지연되고 사회적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당초 올해 11월에 계획됐던 '교육재정 배분 집행 실태' 감사를 이례적으로 내달로 앞당겼다. 최대 논란이 된 등록금 인상이 적절한지 집중적으로 살피고, 등록금 산정 내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사실상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최대한 빨리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학에서 낭비되는 예산을 찾아내면 등록금을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는 평소 교육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각급 학교의 특별전형 등 학사관리와 교육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양건 감사원장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번 기회에 등록금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불투명한 대학 회계와 부실한 재정 구조 등을 제도적으로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때문에 연구개발(R&D) 지원 자금과 국가보조금 관련 자료는 물론이고 대학 내부의 회계관리 등을 모두 들여다볼 계획이다.
일각에선 최근 저축은행 로비 사태로 실추된 명예를 만회하기 위해 감사원이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불법 행위 등이 적발되면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가보조금이나 교비 등을 횡령하면 고발 조치하고, 회계 등과 관련해선 교육과학기술부에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대학들은 앞으로 국가보조금 삭감 등 정책적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아울러 등록금 대안 마련과 부실 대학 구조조정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감사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립대를 중심으로 경영권 간섭이라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사 인력을 동원해 대학 재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사립대학에도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대학 운영을 투명하게 밝혀보자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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