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에 1명꼴, 하루 평균 42.2명, 1년에 1만 5,413명.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9년도 우리나라 자살 현황입니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지난달 말엔 송지선 아나운서, 가수 채동하, 프로축구선수 정종관이 잇달아 자살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들이 가장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다만 백사백인(百思百忍)하지 못하고 섣부른 결단을 내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여기엔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저들도 저렇게 죽는데 나도…'라는 추종심리이겠죠. 그래서 신문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한국일보는 그 사건들을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송지선 아나운서 자택서 투신자살'(5월 24일자 사회면 박스), '가수 채동하도 자살… 우울증에 빠진 연예계'(28일자 사회면 톱),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자살 비극 불렀다'(31일자 1면 3단). 각종 비리와 권력 다툼, 물가 상승 등 가뜩이나 짜증나는 뉴스로 가득 찬 신문에 그런 기사들을 보면 그날 하루는 온종일 우울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살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셈이죠.
유명인의 죽음이니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신문의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평소 지면을 통해 '백신주사'를 놓는 것이 독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유명인이더라도 단순자살 뉴스는 되도록 사실(fact)만 간단히 언급하고 그 비중을 줄이는 것이 어떨까요. '베르테르 효과'를 낳는 자살 방법이나 유서 내용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도 독자들이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줄어든 기사량은 절망과 역경 속에서 희망의 싹을 키워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로 채우면 좋을 것입니다. 고충 많은 세상에 '행복바이러스' '긍정바이러스' '희망바이러스'를 퍼뜨리자는 것이죠. 그러면 삶이 고달파도 그 기사를 읽으면서 용기를 얻고 우리 사회는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화천경찰서 장은미 순경은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상담 전문가와의 집단토론을 통한 문제 행동의 상담, 인성교육 강화, 자살 사고 및 충동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 점에서 한국일보의 '웃어라 청소년' 시리즈 기사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5월 28일자 '개업 앞둔 사회초년생들의 도시락 가게'(사회면) 기사는 희망을 전파하는 행복바이러스였습니다.
한국일보가 이런 밝은 이야기를 많이 발굴해 1면 등에 비중 있게 다룰 때 '자살률 1위 국가'라는 고충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요.
허경회 02-724-2446, bige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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