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0민주항쟁 24주년인 10일 서울 도심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2만여명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열린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친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3년여 만이다. ★관련기사 3ㆍ4면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등록금넷, 정치권 인사 등 2만여명(경찰 추산 5,000명)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6ㆍ10 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은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신속하게 현실화하라"고 촉구했다. 집회는 오후 10시30분께 끝났지만 일부 참가자는 서울광장 명동 광교 등에서 자정 너머까지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 야4당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8, 9일 이틀 동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동맹휴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고려대 숙명여대 서강대 이화여대를 포함한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은 교내에서 자체 촛불문화제를 연 뒤 도심 집회에 속속 합류했다.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국민의 90%가 찬성하는 전 국민의 절박한 요구"라며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약속한 공약을 지키라고 촛불을 든 것은 주권자로서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67개 중대 5,000여명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의 도로 점거 및 행진 등을 통제했지만 심각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 시작 전에는 경찰이 무대 설치를 위해 청계광장으로 진입하는 트럭을 가로막는 바람에 주최 측과 한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9시께 한대련 소속 대학생 72명은 청와대 근처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당한 뒤 전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한대련 집행부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반값등록금은 한나라당 공약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려 청와대 기습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신고 집회에 탄력적으로 대처했는데도 기습적으로 불법시위를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 단체들도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연합 등 10여 개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적 정치 상품으로 들고 나와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제2 촛불시위를 획책해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불법 행위를 엄단하라"고 주장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촛불집회와 관련해 "사회단체나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합리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서민생활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높은 대학진학률과 부실 대학 구조조정, 정부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설계할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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