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연어와 같은 몸짓이었다. 최윤희(25ㆍSH공사)는 이날 귀소본능에 따라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해 거침없이 솟구쳐 오르는 연어였다.
폭포수를 거스르며 온 몸을 쥐어짜듯 물살을 헤쳐나가는 연어처럼 까마득히 솟은 바를 향해 날렵하게 도약한 최윤희가 2년여 만에 한국기록 경신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B기준기록 통과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했다. 최윤희는 B기준기록을 넘어 대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상금 1,000만원을 받는 겹경사도 누렸다.
최윤희는 1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둘째 날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4m36을 뛰어넘어 임은지(22ㆍ부산 연제구청)의 종전 한국기록(4m35)을 1cm 경신한 데 이어 4m40마저 솟구쳐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과 2012 런던올림픽 출전 B기준기록을 통과했다. B기준기록은 국가별로 한 명씩 참가가 허용된다. 종전 자신의 최고기록을 10cm 더 높인 최윤희는 내친김에 4m45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물러섰다.
최윤희는 1차 시기에서 4m36에 도전해 가볍게 바를 넘겨 탄력을 받았다. 곧바로 4m40으로 바를 높인 최윤희는 그러나 1차 시기에서 실패했다. 탄력강도가 한 단계 더 강한 장대로 바꾼 최윤희는 2차 시기에서 바를 훌쩍 뛰어올라 하루 두 차례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윤희는 "오랜만에 기록이 나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두 분의 코치 선생님 덕분에 경신이 가능했다. 세계선수권까지 A기준기록(4m50)을 넘어 4m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날씨가 더우면 장대의 탄성이 떨어진다. 대구 세계선수권에선 무더위에 강한 장대로 바꿔 세계적인 스타와 맞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키 172cm에 몸무게 60kg인 최윤희는 장대높이뛰기에 이상적인 몸매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에 부응하듯 처음으로 4m를 넘는 등 한국기록을 17번이나 갈아치웠다. 하지만 혜성같이 등장한 맞수 임은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임은지는 최근 2년여 동안 장대높이뛰기에서 최윤희의 이름을 철저히 지웠다.
2인자 그늘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던 최윤희는 그러나 러시아에서 장대높이뛰기로 석ㆍ박사학위를 취득한 정범철ㆍ아르카디 시크비라 (우크라이나)코치를 만나면서 새롭게 태어나기 시작했다. 최윤희는 "장대 꽂는 동작과 타이밍부터 시작해 기초를 다시 다졌다. 바를 유연하게 넘기 위해 기계체조도 배웠다. 어느 순간 기술이 몸에 착 붙는 느낌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다"며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코치는 "체력과 스피드를 더 보강하면 4m60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라이벌 임은지는 3m80의 저조한 기록으로 2위에 그쳤다. 최윤희는 "(임)은지가 다시 제 기량을 되찾아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국영(20·안양시청)은 200m 결선에서 20초 4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전날 100m에서도 10초 46으로 우승했던 김국영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또 정혜린(24·구미시청)도 100m에 이어 100m 허들에서 13초 41의 기록으로 우승, 2관왕이 됐다.
■ 최윤희는
●생년월일 1986년 5월28일
●태어난 곳 전북 김제시
●신체조건 키 171cm 몸무게 60kg
●형제자매 딸만 넷 중 둘째
●혈액형 B
●취미 음악감상
●학력 원광대 졸
●운동 시작 김제 금성여중 1학년
●장대높이뛰기 한국기록 경신 17차례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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