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미술ㆍ음악 등을 활용한 문화 예술 행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과 마케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감성 마케팅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졌던 리베이트 등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케팅ㆍ영업 환경이 크게 변화한 탓도 있다.
JW중외그룹은 최근 'JW중외 영아트 어워드' 공모전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9일부터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수상작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제약회사가 순수예술 공모전을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진행된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생명존중. 대신 작품의 소재를 의약품으로 한정했다. 제약사가 추구하고 있는 생명존중 철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 제약회사의 본연의 임무인데 국민에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안 좋은 게 현실"이라며 "사회공헌활동이면서 동시에 감성 마케팅으로 볼 수 있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제약업계의 이미지를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의사, 병원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도 부쩍 늘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의 이미지도 높이고 핵심 고객인 의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삼진제약은 의료계와 함께 사진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수상작 선정과 관련해 삼진제약이 일정액의 기부금을 내놓는 이색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의사들이 의료현장 또는 자신들의 일상과 봉사, 다양한 삶의 현장을 담은 사진을 온라인상에 올리면 동료 의사들이 직접 사진을 감상하고 우수작을 추천할 때마다 소정의 기부금을 삼진제약이 적립해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우를 위한 수술비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안국약품도 '예술과 의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의사들과 전문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전시회를 여는 등 감성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안국약품은 특히 본사 1층에 마련한 갤러리 AG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신인작가 공모전 등을 개최하고 있다.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고 회사 공간을 갤러리로 개방, 문화를 통한 사회적 환원을 실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전국의 병원에서 '화이자 사랑 병원 그림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심리적 치료효과가 있는 그림을 캔버스와 벽, 천장 등 병원 곳곳에 함께 그려 건강 회복 의지를 북돋워 주겠다는 의도다.
유나이티드제약도 지역주민과 다문화가족이 참여하는 '행복 나눔 음악회'를 통해 고객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술, 음악 등 문화 활동은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나 즐길 수 있다"며 "최근 많은 제약사들이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 같은 문화 연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이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예술로 세상을 치유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으로 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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