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에 돈 넣는 것보다 태양광 설치하는 것이 훨씬 이익"
"연(蓮)의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변기를 깨끗이 하는 기술을 적용해 변기 물을 조금만 써도 됩니다."
지난 3일 독일 북부 함부르크 항만에 조성되고 있는 친환경재개발 지구 하펜시티. 환경투어 가이드인 프리랜서 한네 홀슈테게씨는 이 곳의 친환경 건물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변기 물을 내리면 또르르 좀 흐르다 말지만 오물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지역의 건물 외벽들은 비닐재질의 막들이 마치 선박의 돛처럼 팽팽히 당겨져 건물을 감싸고 있다. 건물 내 대류 현상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된 것인데 한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고 했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인 슈피겔도 이 지역에서 지열을 이용해 전력 없이 난방이 가능한 본사 건물을 새로 짓고 있었다.
2022년까지 원자력 완전 폐쇄를 선언하고, 2050년까지 화석연료에서도 독립해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독일은 풍력ㆍ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이처럼 에너지 절약을 위한 건축 혁신 등 생활의 변화와 개조에 사회적 관심을 쏟고 있다.
독일은 전체 전력 중 17%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 원자력의 비중은 23%다. 때문에 2022년까지 원자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애초 독일 정부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원전 가동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일본 원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를 철회했고,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도 2020년 35%에서 40%로 확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꼭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독일은 전통적인 제조업 쇠퇴와 실업문제를 재생에너지 산업 확대를 통해 해결해왔다. 독일에서 오래 생활한 손충렬 세계풍력협회 부회장(목포대 석좌교수)은 "독일 정부가 애초에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 뛰어든 것도 첫 번째 목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약 15년간 독일연방 전체에서 총 25만~37만개의 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업들에게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할당되는 등의 환경규제로 인해 당장 기업들의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해도, 결국에는 이런 정책이 새로운 수요와 기술 및 산업을 창출해가는 발판이 된 것이다. 독일 정부도 덴마크처럼 풍력 발전기 등을 사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 물류의 중심지인 함부르크만 해도 지리적 이점 등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기업이 전세계에서 100여개가 모여들었다. 함부르크 재생에너지네트워크 대표 얀 리스펜스씨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사나 지사들이 자리를 틀자, 중소기업들도 따라왔다"며 "이들 중 25개 기업은 함부르크에 각각 3,000~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많은 신기술과 협력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함께 모여서 연구하면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함부르크에는 기후변화 연구소도 많고,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네트워크도 이들 기업들의 클러스터가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이처럼 독일은 제조업 국가는 에너지 소비가 많아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며,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이용하고 있었다. 실제 독일은 2007년까지 1990년 대비(교토의정서의 이산화탄소 감축 기준연도) 이산화탄소를 약 15%가량 줄였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세계 4대 경제대국이자 제조업 강국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중에서 독일만이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그 사이 견고한 경제성장을 이뤘음은 물론이다.
이제 독일인들에게 재생에너지는 환경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의무라는 인식보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은 듯했다. 리스펜스씨는 "경제위기로 인해 은행에 돈을 넣는 것보다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그래서 에너지 비용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파는 것)이 더 낫다고 사람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부르크=글·사진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제니퍼 베쉐 함부르크 환경국 부국장
독일 함부르크시 예니퍼 베쉐(Jennifer Wesche) 교외개발 및 환경국 부국장은 "친환경 정책에서는 시민들의 관심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80여개의 시내 환경투어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투어는 누구나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일부 정책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실패했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친환경 정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는 산업ㆍ물류 도시이면서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2011년 유럽 환경수도'로 선정돼 주목 받고 있다. 그만큼 시 당국의 노력이 많았다는 뜻이다. 베쉐 부국장은 "올해 유럽 전역에서 35개 후보지가 나와 경합을 벌였다"며 "코펜하겐, 암스테르담 등 주요 도시들을 제치고 선정돼 뜻 깊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럽 환경수도'가 도입된 첫해에는 스톡홀름이 선정됐었다.
함부르크 시당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거 및 교통분야에서 친환경 정책을 중점적으로 펴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하이브리드 택시 운행, 전기자동차 임차제도, 수소연료로 운행되는 버스운행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도시로 오염지대였던 하펜시티에서 진행 중인 친환경 재개발 사업은 함부르크시의 가장 큰 중점 사업이다. 또 시 인근 A7 고속도로에 덮개를 씌워 그 위에 녹지대와 공원, 놀이터를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함부르크는 인구수(약 180만명)와 나무수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녹지대가 많다. 공원, 정원, 가로수 등을 모두 합쳐 녹지대가 40%에 이르며, 마치 숲 속에 도시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과거 다이옥신이 검출됐던 쓰레기 매립지를 완전히 없애고 풍력발전 및 녹지대로 조성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다. 현재 함부르크에서는 쓰레기 매립지가 없으며 쓰레기를 소각해 전량 전력으로 재생해 사용하고 있다. 베쉐 부국장은 "함부르크는 아직 쓰레기 재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부르크=글ㆍ사진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한국의 온실가스 목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감축"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해진 것은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회의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의정서'(교토의정서)를 통해서다. 교토의정서는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등 38개(현재 41개) 선진국들을 '의무감축국'으로, 우리나라, 중국, 인도, 멕시코 등 150여개 개도국들을 '비의무감축국'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의무감축국들은 1차 의무공약기간인 2008~2012년 동안 1990년 대비 평균 5.2% 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무감축국은 아니지만 교토의정서 체제가 끝나는 2012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책마련에 고심해오던 정부는 2009년 말 향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현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환경정책을 펼 경우 2020년 예상되는 배출량이 100이라면 이를 70까지 줄이도록 해 30%를 감축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2005년 기준으로 4% 가량 감축하는 수준이다. 감축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최대수준이라고 하지만, 주요국들에 비해 감축목표가 작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차 의무공약기간 동안 온실가스배출감축 정책의 틀을 다진 선진국들은 비교적 큰 폭의 온실가스감축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목표연도인 202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는 2005년보다 17% 감축하기로 했고, 일본은 1990년 대비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영국은 자체적으로 1990년 대비 26~34% 감축하겠다고 천명했고, 노르웨이는 1990년보다 30~40%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예정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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