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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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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입력
2011.06.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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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상도 특정 계열사가 아닌, 그룹 전체다. 이에 따라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가 적발되면서 불어 닥친 사정(司正)바람이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함께 인적 쇄신 작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부정부패 문제) 직접 챙기겠다" 공언

9일 오전 8시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사옥에 도착한 이 회장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 회장은 이어 작심한 듯 평소와 달리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42층 집무실로 가지 않고,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다가와 "물어보라"며 질문을 받았다. 꼭 할 말이 있는 듯 비장한 표정이었다.

그는 '삼성 테크윈의 감사 결과를 계기로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삼성테크윈에서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부 비리와 연관된 임직원들의 일탈행위가 단지 삼성테크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었다.

그는 또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나도 더 걱정이 돼서 요새 바짝 이를 한번 문제 삼아 볼까 한다"고 말해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부정부패의 사례로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게 부하 직원들을 닦달해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혼자만의 부정도 문제인데, 아래 사람까지 끌고 들어가면 해당 부하 직원은 자연스럽게 부정에 물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부패에 대한 연결 고리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회장은 앞서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난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며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조직 장악력 강화 포석" 분석도

이 회장이 최근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관련, 일각에선 올해 4월부터 현장에 복귀한 그의 조직 장악력 강화 포석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준법ㆍ윤리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속내는 내부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시키면서 그의 공백 기간 동안 흩어졌던 조직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현장 복귀 시점에 맞춰 걸려든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가 이 회장에겐 전체 그룹 내 장악력 확대를 위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테크윈의 자체 경영진단 결과에 대해 "전 구성원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며 "해외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주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어 기다렸다는 듯, 즉석에서 우수 감사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감사 인력에 대한 직급 상승과 더불어 독립적 운영을 지시하며 삼성그룹 전반에 걸친 전방위 감사 착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이 "부정부패가 그룹 전체에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비춰볼 때, 이미 상당 부분 내사가 진행됐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본사에 본격적으로 출근을 한 이후, 회사 전반에 걸친 업무를 직접 챙기면서 해이해진 조직 문화를 다시 잡으려는 의도가 표면화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3월말 회사 경영에 전격 복귀했을 당시에도 '위기론'을 내세우면서 오너경영의 필요성 암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테크윈 새 사장에 김철교씨

한편 삼성은 이번 감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 후임으로 김철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부사장을 내정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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