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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생대, 야외교육 중 숨진 나형주군 기리는 장학금 첫 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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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생대, 야외교육 중 숨진 나형주군 기리는 장학금 첫 수여식

입력
2011.06.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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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심히 해."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꾸 목이 메는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제 자식 같은 대학생 4명을 그저 한 번씩 껴안아 주고 돌아섰다.

9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는 눈물의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2009년 야외교육 도중 사고로 숨진 이 대학 농생명공학계열 09학번 나형주(사망 당시 19세)군을 기리는 '제1회 나형주 장학금 수여식'. 형주군의 아버지 나준식(54)씨와 누나 한나(29)씨, 친구 10여명, 박은우 농생대 학장 등이 참석한 수여식은 시작도 전에 눈물바다가 됐다.

형주군은 2009년3월 서울대 농생대에 입학했다. 의과대 진학도 고려했지만 "농업 분야를 공부하면 어려운 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농생대를 택했다. 그 해 11월21일 토요일 오전 형주군은 야외교육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비보가 들렸다.

이날 형주군은 농생대 산업인력개발학과에서 개설한 '신입생 세미나' 수업 일정으로 경기 여주시로 갔다. 오후 2시 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축사를 둘러보던 중 가축 분뇨를 치우던 트랙터가 형주군을 쳤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손 쓸 틈도 없이 갔다.

큰 누나와는 나이 차가 여덟 살이나 났던 2녀1남 중 막내 외아들 형주군을 가족들은 "유난히 착했다"고 기억했다. 친구들을 잘 챙겨 고등학교 3학년 내내 학급 회장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지방자치단체 주관 마라톤 등 각종 행사 봉사활동도 도맡았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팔순의 할머니로 깊었던 효심의 일단을 보여준다. 서울 금천구의 형주군의 집에서 함께 살던 할머니가 당시 며칠 동안 시골에 머물러 있었는데, 자영농고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며 전화를 걸어 "할머니 집에 언제 오세요. 보고 싶어요"라고 했단다.

가족들은 아직도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다. 형주군의 생일인 지난 5일 분당의 납골당에도 다녀왔건만 누나 한나씨는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저녁이면 형주군이 웃으며 현관에 들어설 것만 같아 사고 2개월 뒤 경기 광명시로 이사했다. 형주군 어머니는 이날 수여식에 못 올만큼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형주군 아버지 나준식씨는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 후에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우리 아들은 열 아홉 어린 나이에 생을 마쳤지만 형주가 이루지 못한 농업생명에 대한 열정과 꿈을 장학금을 받는 여러분들이 꼭 이뤄주길 바랍니다."

수여식에서는 조정래(원예과학과 3)씨 등 가정형편, 봉사활동 시간 등을 기준으로 선발된 농생대 학생 4명이 2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형주군 가족과 서울대 교수 및 교직원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2억원의 장학기금을 모았다. 농생대는 앞으로 매년 2명의 장학생을 선발, 한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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