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낮 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한 음식점. 나로호(KSLV_Ⅰ) 3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과 출입기자단의 오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 교과부 관계자가 지난 1, 2차 나로호 발사의 연이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나로호를 쏴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했어야 했다"며 "사실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로호 발사를 범국민적 쇼로 만들었던 게 잘못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나로호는 한국에서 쏘는 첫 우주발사체는 맞지만 엄밀히 말해 한국 발사체는 아니다. 러시아 주도로 만들었다. 게다가 발사장(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과 발사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처음으로 한번 쏘아 보기 위한 시험용 발사체다. 국산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연습 단계일 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나로호 발사에 앞서 시험용이란 사실보다는 한국의 발사체란 점을 강조하며 이름까지 공모하고 단체관람 이벤트도 벌였다. 연예인들의 성공 기원 공연까지 있었으니 국민적 관심 유도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부풀었던 기대는 연이은 두 번의 실패로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많은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는 시험발사를 이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처녀비행 발사체를 단번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온 국민이 기적이 일어나길 바랬던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날 또 하나의 쇼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초소형위성 개발 경연대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위성 제작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관심도나 대회 필요성 등에 대한 사전 조사는 없었다. 우주 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유도하겠다는 교과부의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홍보를 위한 이벤트성 정책보다 기술 자립을 향한 차분한 정책이 아쉽다.
임소형 문화부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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