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식과 행태가 전혀 장관답지 못하다. 이익단체의 압력에 너무 쉽게 휘둘리고, 대통령의 지시사항마저 자신의 입맛에 맞춰 해석하려 든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일반의약품(OTC) 약국 외 판매 문제와 관련한 그의 처신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공직자 최소한의 소임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을 손쉽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는 다수 국민의 공감대로 확인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미국은 슈퍼에서도 살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하고 말했다. 진 장관은 대통령의 단순한 '상황 질문'으로 여겼다는데, 이후 행태를 보면 그게 아니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 듣고 약사회가 우려를 표하자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독거리기까지 했다. 이후 서너 차례 더 대통령의 직ㆍ간접 지시를 받고서도 결국 지난 3일 약국 외 판매를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진 장관이 약사회에만 휘둘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민 편의를 위해 추진되고 있던 '선택의원제' 문제는 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예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이번에 약국 외 판매 유보를 발표하면서 의약품 재분류라는 궁여지책을 내놓았으나 의협이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대통령의 질타를 듣고서야 유보 결정을 다시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국민의 바람이나 대통령의 지시는 뒷전으로 놓고,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유ㆍ불리만 따지고 싶다면 장관의 직책을 유지해선 안 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국민 다수의 보건과 복지를 위한 시책을 펴왔는지, 혹은 노력이라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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