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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동 결식은 사회의 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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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동 결식은 사회의 방임

입력
2011.06.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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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매 끼니를 골고루 적당하게 먹어야 한다. 결식은 제 때 골고루 먹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조사결과, 결식 아동은 우유 야채 과일 생선을 거의 먹지 못하고 주로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워 성장기에 필요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섭취는 낮고 콜레스테롤 섭취는 높아 일반 아동에 비해 키가 작고 비만율은 높다.

걸식 아동 10년 사이 50배로

결식 아동은 면역력도 약화되어 질병에 쉽게 걸리고, 기억조절능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학교 성적이 낮으며, 정서조절능력이 제한되어 우울증과 공격성을 보인다. 균형 있는 영양의 결핍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상관관계가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모든 아동은 영양에 관한 권리를 갖고 있고, 제18조는 부모는 자녀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할 책임이 있고, 제19조는 정부는 부모가 자녀를 방임하지 않고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 아동학대방지법은 결식을 아동 학대의 한 유형인 '방임(放任)'으로 규정한다.

우리 사회의 결식 아동은 지난 10년 동안 5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 수는 매년 감소, 초등학생은 20년 전의 절반으로 줄었다. 저출산 대책의 아이러니다. 서울시 아동 1,300명을 조사한 결과, 조식 결식은 조사대상의 45%, 석식 결식은 21%로 나타났다. 특히 결식 이유는 '혼자 먹기 싫어서', '시간이 없어서', '챙겨 주는 사람이 없어서'의 순이다.

이는 곧 결식의 원인이 식품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보다 가구 내 식품 접근성이 부족해서 방임되는 경우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아동이 제 때 가족과 함께 대화하면서 먹는 식사는 가족의 응집력과 적응력을 강화하고, 아동 우울증과 공격성을 줄이고 사회성을 향상시킨다.

저출산 사회에서 소중한 아이들이 왜 제 때 밥을 먹지 못하는가. 7살인데도 종일 놀이터나 대형 할인마트에서 노는 영수(가명)는 결식, 또래 관계의 부족과 함께 적절하지 않은 곳에 대변을 누는 증상을 보인다. 이런 문제가 4세 이상 아동에게 3개월 동안 1회 이상 나타나면, 전문가 개입이 필요하다. 인근 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어머니의 동의를 얻기 위해 가정을 방문했다.

어머니는 매일 9시간 일하고도 밤늦도록 잔업을 한다. 이러한 일상이 휴일도 없이 반복되면서 딱히 마음을 열고 대화할 친구도 없이 고립된 채 생계와 양육 부담으로 지쳤다. 사회복지사가 어머니에게 혼자 자녀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계신 것이라고 지지하자 쌓였던 설움이 북받친 듯 1시간 동안 울기만 했다.

사회복지사는 어머니의 경제적 책임감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로 인해 양육에 소홀했던 부분을 복지관과 함께 보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영수의 유분증을 치료하고 결식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어머니는 자신의 자원을 찾아냈다.

정부 책임으로 맞춤형 개입을

긍정적 양육과 유분증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었다. 영수는 소아정신과와 연계된 치료를 받고,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며 중식과 석식을 지원받고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한다. 또래와 만나는 문화 멘토를 통해 우쿨렐레 연주를 하며 자기표현력과 관계형성기술을 체험한다. 어머니는 영수와 함께 스티커 붙이기 판을 만들어 용변을 지도하고, 아침을 챙겨 먹으며 밥상 대화도 나눈다. 이제 영수는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마음을 열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표현할 수 있다.

이 사례는 결식 원인별 맞춤형 개입의 효과성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정부는 아동복지법 제2조에 결식을 방임의 유형으로 명시하고, 결식 원인에 대한 전국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객관적 조사결과에 기초하여 결식 원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 급식지원 선정기준에 대한 부처별 차이를 줄이고,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으로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로써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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