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의 리더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후 국내 증권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30여개였던 증권사의 수가 40여개로 늘어났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업무는 물론 자산관리 등 경쟁 분야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자신만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하고 어떤 증권사들은 '모든 분야에서 1위를 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기도 했다.
경쟁은 고객에게 좀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인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완전판매나 자문형랩 과열현상, 주식워런트증권(ELW)의 불공정한 스캘퍼 지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낳기도 했다. 최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결같이 '고객 만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같은 비판을 극복하고 신뢰 받는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다.
"자산관리의 名家 되겠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가장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전장은 자산관리 부문이다. 고객 관심이 점차 "무슨 주식이 오를까"에서 "어디에 투자할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관리는 '상품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사후 관리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서비스 질을 높여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겠다고 외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부회장은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상품기획력을 바탕으로 자산관리 시장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미 주가가 상당히 오른 상황인 만큼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절대수익을 안정적으로 추구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브라질법인을 통해 국내 최초로 월 지급식 글로벌채권신탁을 도입한 것이나 ▦해외 헤지펀드 ▦해외주식 랩어카운트 등을 통해 VIP고객에게 안정적인 노후대비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2009년 사명변경 이후 위탁매매 위주였던 영업관행을 자산관리영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종합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한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성과제도도 이에 맞게 바꿨다. 올해 초에는 강남지역본부를 신설하고 상품개발부와 멀티채널부를 신설하는 등 자산영업에 맞는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VVIP를 대상으로 한 협업 자산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은 지난해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면서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후 ▦온라인 금융주치의 서비스인 '오아시스' ▦업계 최저수수료를 제공하는 '크레온' ▦파격적 금리혜택의 '빌리브' 등 고객 필요와 성향에 맞는 선도적인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특히 오아시스 서비스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적절한 투자대안을 제시하고 리스크 관리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수익성이 가장 중요"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1등 주의'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2009년 6월 취임 후 '종합1등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지난해 11월에는 CEO 직속으로 '1등추진 사무국'을 신설해 무려 50개 부문에서 1등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올해 특히 중점을 두는 부문은 영업 수익성을 1등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객을 움직이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역량을 구축키로 했다.
현대증권도 최경수 사장 취임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주식과 채권운용 등에서 높은 실적을 거둬, 지난해 관련 분야 순이익기준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물론 현대건설 매각 차익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있긴 했지만 직원들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현대증권 관계자는 전했다. '올해도 브로커리지는 물론 PI, 자산관리, IB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고르게 이익을 창출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게 최 사장의 예상이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증권업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높이고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하나투자권유인 제도(FA)를 도입하고 ▦모바일사업 및 랩 상품 다변화 ▦해외선물 및 FX마진 선물영업 등 새로운 수익원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 퇴직자를 프리랜서 투자권유인으로 채용하는 FA제도는 회사 수익성 향상과 함께 일자리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다양하고 강력한 판매채널을 바탕으로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IB와 자기자본투자(PI)까지 모든 부문에서 생산성을 높여 시장 부침에 영향 받지 않고 가장 안정적 성과를 나타내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최우선주의'를 실천해 '평생 금융동반자'關??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IB로 도약"
국내 1위로 만족할 수 없다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CEO들도 있다. 대우증권은 임기영 사장이 2015년 아시아를 대표하는 IB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사업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규모 증자를 통해 홍콩 현지법인의 자본금을 1억달러로 확충했다. 싱가포르에는 올 하반기 운영 개시를 목표로 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있는데, 싱가포르 법인은 동남아시아 화교경제권을 뚫는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에는 최근 북경과 상해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증권사(이트레이딩증권) 지분을 인수한 뒤 현지 온라인 거래 1위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2009년 8월 홍콩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삼성증권도 1년 반 만에 현지 인력을 100명으로 확대했다. 2015년 아시아5위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활약하는 금융회사가 결국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며 "중화권에 막강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해 온 '삼성' 브랜드의 힘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삼성증권이 삼성그룹에서 '제2의 반도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도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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