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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LG, "실패하라, 다시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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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LG, "실패하라, 다시 도전하라"

입력
2011.06.0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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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 회장

"실패를 두려워해 안정을 추구하기 보다는 과감히 도전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단호했다. 위축될 법도 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그가 제시한 위기 탈출 해법의 출발점은 공격 경영에서부터 시작됐다.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그랬다. 지난해 핵심 사업인 전자 분야 등에서의 부진으로 시련을 겪어야만 했던 LG에게 '혁신적인 DNA'가 필요하다는 진단에서였다.

LG가 달라지고 있다. 근본적인 기업경쟁력 확보와 함께 시장 선도형의 '테크놀로지 컴퍼니'로 재도약을 선언하고 나선 것. 특히 구 회장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린 연구ㆍ개발(R&D)은 LG의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올 들어 1월 신년사를 시작으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와 신임 임원 만찬 및 세미나, 주력 계열사 사업장 방문 등 공식 석상마다 빠짐 없이 R&D의 중요성을 주입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 초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시장 선도를 위한 시도나 미래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실행 중에 발생한 가치 있는 실패는 인정해 줘야 한다"며 "R&D를 통한 성장의 기본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 회장의 이런 방침은 LG R&D 투자 증가 추이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LG는 올해 R&D에 사상 최대 규모인 4조7,000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7년 R&D 투자액(2조6,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3조7,000억원) 보다는 1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주력 분야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이동통신 등으로, 기술 혁신 및 미래 성장 사업에서 시장을 이끌어 갈 선행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LG는 특히 에너지 및 리빙에코, 헬스케어 등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분야의 R&D에 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는 태양전지 및 차세대 전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리빙에코는 발광다이오드(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수(水)처리 사업, 냉난방 시스템 관리 등의 사업을, ▦헬스케어 분야는 원격 진료가 포함한 유비쿼터스(U) 헬스케어 사업 등을 각각 집중 육성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 충원도 병행된다. 올해 9,000명의 대졸 사원 가운데 5,000명을 R&D 인력으로 뽑는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80% 이상을, LG화학은 60% 이상을 각각 R&D 인원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이로써 LG의 R&D 인력은 지난해 2만6,000명에서 올해 3만1,000명 규모로 늘어나, 사상 최초로 R&D 인력 3만명 시대를 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전체 임직원 11만명 가운데 R&D 인력의 비중도 30%에 육박하게 된다.

LG는 이와 함께 2008년부터 R&D 인력에 대한 비전 제시 및 핵심인력으로의 육성 차원에서 '연구ㆍ전문위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연구ㆍ전문위원은 5년 이상 근속한 R&D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해당 분야에서 달성한 연구 업적 등을 고려, 매년 계열사별로 선발된다. 연구ㆍ전문위원으로 선임되면 임원 수준의 보상과 처우가 보장되며 해당 직무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될 경우엔 정년을 넘어서도 근무가 가능하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은 이들에게 연구실과 지역생산현장을 방문할 경우 셔틀헬기까지 제공하고 있다.

구 회장은 "우리에게는 R&D를 통한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선도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품질이 전부다" 구본준의 위기 극복론

"기본부터 많이 무너졌습니다."

위기에 등장한 구원투수의 진단은 냉철했다. 회사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파생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올해 1월 첫 공식 기자간담회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 등장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발언은 그렇게 시작됐다. 구 부회장은 "제품력이 떨어진 것은 우리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며 "지금 보다 더 위협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오너 경영인으로 LG전자 사령탑에 오른 그가 석 달 동안 국내외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중장기 관점에서 뽑아 든 내부 평가서였다. 그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지난해 3분기 LG전자는 13조4,29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852억원의 영업손실로 4년 만에 적자로 전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올해 4월말, LG전자는 매출은 13조1,599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308억원을 달성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휴대폰 사업부에서 흑자로 돌아설 경우, LG전자의 실적은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구 부회장의 '독한 경영'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LG디스플레이와 옛 LG반도체 등 과거 20여년을 전자업계에 몸 담아오면서 터득한 구 부회장의 품질경영이 결정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LG필립스LCD 설립을 주도한 구 부회장이 과감한 투자와 함께 LG디스플레이를 출범 4년 만인 2003년 당시 세계 LCD 패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려 놓은 것도 그의 품질경영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2006년 5조3,000억원을 투자, 세계 최대 규모(135만평)로 준공한 경기 파주 LCD 클러스터도 구 부회장의 작품이다. 휴전선 접경 지역이 불과 10㎞ 남짓 떨어진 이 곳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세계 LCD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안보 리스크를 해소해 국가 신인도까지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도전과 혁신을 바탕으로 취임 당시 58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을 2009년엔 1,615억원까지 늘렸다.

구 부회장은 "품질은 생존의 기본 조건이자, 고객과의 타협할 수 없는 약속"이라며 "품질을 놓치면 생존 기반을 읽는다는 각오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LG그룹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그의 도전경영의 시작은 품질에서부터 출발되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변화 품은 원칙주의 컨트롤타워 3인방

오너 일가와 함께 LG를 이끄는 핵심 3인방은 원칙주의를 추구하면서도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먼저 LG의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구상을 책임지고 있는 강유식 부회장은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에는 온화한 표정으로 임직원을 편하게 대하면서도 일에 관한 한 매사 '원칙과 정도'를 견지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이러한 강 부회장의 스타일은 평소 강조하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자주 밟으니까 길이 되더라"라고 언급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 부회장은 지난 1998년 LG구조조정본부를 맡으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 선진기업과의 합작경영, 우량기업에 대한 기업공개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 특히 당시에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시도, 선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했다.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김반석 부회장은 공장장과 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은 정통 화학맨이다. LG석유화학과 LG대산유화 등 주요 화학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치며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 왔다. 2006년부터 국내 최대화학업체인 LG화학의 CEO를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006년 이후 영업이익을 6배 증가시키는 등 매해 최고실적을 경신한 것은 물론 시가총액도 10배 이상 성장시켰다. 김 부회장은 또 LG화학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공장을 준공했으며, 2015년 세계시장 점유율 20%이상을 달성, 독보적인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 통신 정책을 담당했던 옛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대한민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끌었던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LG그룹의 컨트롤 타워다. 2010년 1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 통신 3사가 통합된 LG유플러스의 CEO로 취임한 이후 '탈통신'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온 국민은yo' 요금제. 이 요금제는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등 온가족 통신요금을 일정 수준의 상한금액(최대 15만원)으로 지정하고 상한금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무료 혜택(30만원 상당)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또한 페이스북 및 트위터와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분야 사업협력을 체결했으며, 통신사 최초로 한국형 트위터 '와글'과 위치기반의 '플레이스북' 등 자체 SNS서비스도 내놓았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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