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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SK "마음 열어라, 구태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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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SK "마음 열어라, 구태 벗어라"

입력
2011.06.0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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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 회장

지난해 SK의 인터넷 익명게시판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게시판에 '회장'이라는 직함이 등장했기 때문. 직원들은 정말 최태원 SK 회장인지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고, 게시판에는"정말 회장님이 맞느냐"고 묻는 질문이 쇄도했다.

소동의 근원은 최 회장이었다. 그는 회사 발전을 위해 직원들이 어떤 주장도 여과 없이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일부 참모들이 난색을 표했으나 최 회장의 뜻은 완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익명게시판은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한 제언과 불만을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과연 자신들의 글을 최 회장이 읽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었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문제의 '회장'이라는 아이디가 등장했다. '회장'이 남긴 글은"여러분들을 글을 잘 읽고 있으며 기업 운영에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바탕 소동 이후 확인을 요구 받은 관리팀은 "'회장'이라는 아이디는 회장님 밖에 쓸 수 없다. 회장님이 맞다"는 답변을 올렸고, 직원들의 의문은 환호로 바뀌었다.

최 회장의 열린 리더십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 회장은 자신의 대표적 무기인 젊음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최 회장의 유연성이 돋보이는 또 다른 사례가 탄력적인 출근시간 조정이다. 현재 SK텔레콤과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직원들은 오전 7∼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면 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이 모여 일하는 건 산업화 시대에나 통하는 방식"이라는 최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조치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요즘 SK의 전 계열사는 '구태의연'에서 벗어나기 위해 획기적 방안들을 도입하고 있다.

SK해운은'프로젝트 구역(Project Area)'을 도입했다. 사무실 일부 공간을 자유좌석으로 남겨두고 상황에 따라 직원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6시에 '칼퇴근'한다. 리더부터 쉬어야 직원들도 쉴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역시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최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김영태 SK㈜ 사장도 5월 초 징검다리 휴무에 본인의 휴가 일정을 사내 통신망에 올려 직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SK건설은 올해 휴가가 부족하면 내년 휴가를 최대 5일까지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마이너스 연차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직원들이 자녀의 학교 행사나 급식 당번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육아반차'도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개방성과 유연성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탄생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한 몫하고 있다. SK의 대표적인 발상 전환의 산물로 1982년부터 시작됐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에만 1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의 활발한 사회공헌활동도 최 회장의 열린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서민층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SK미소금융은 지난 3월 대출금 15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기업 중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을 가장 먼저, 가장 활발하게 하는 곳도 SK다. SK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협력으로 조성되는 '사회적기업 지원펀드'에 대기업 중 처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을 경영하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최 회장의 지론에 따라 혁신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며 "또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협력 업체와의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글로벌 'SK호' 이끄는 3인방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SK호'는 최태원 SK㈜ 회장을 돕는 3인방이 있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과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의 하성민 총괄사장, 정유화학업체 SK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주인공들이다.

최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기획과 글로벌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1996년 SKC의 사업기획 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비디오테이프 등의 사양산업 중심에서 폴리에스터 필름 등 신소재사업에 집중투자하며 첨단화학기업으로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최 부회장은 이후 SK텔레콤으로 옮겨 2004년 초반까지 SK텔레콤의 전략, 기획 및 대외 업무 등을 총괄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이후 최 부회장은 통신업에 이어 SK E&S(구 SK엔론)의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경영을 맡아 가스 사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 부회장은 2009년부터 그룹의 사령탑인 지주회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돼 그룹의 성장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 인사를 통해 신설된 그룹 부회장단의 수석 부회장까지 맡고 있다. 부회장단 산하에는 G&G추진단과 기술혁신센터(TIC)가 편제돼 있어 그룹차원은 물론이고 각 계열사의 신성장사업과 기술혁신과제를 선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은 2002년 신세기통신 합병 시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SK텔레콤과 합병을 진두지휘 했다. 또 2008년 SK텔레콤이 유선사업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때도 관련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 사장은 2009년 KT의 아이폰 도입에 따른 통신시장 변환기에 MNO CIC 부문 사장을 맡아 SK텔레콤의 스마트폰 경쟁력 향상과 미래 전략 수립을 주도했다. 또 음성통화 위주로 운영된 SK텔레콤의 기업 체질을 스마트폰 및 무선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올해 SK텔레콤 총괄 사장으로 취임한 하 사장은 '스피드' '개방' '협력'을 3대 경영방침으로 삼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ICT환경에 보다 스마트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 사장은 또 구성원과 양방향 소통 활성화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내는 변화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내 각종 회의와 TF 등의 협의체가 단시간 내 정확한 결론이 나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주문하고 있다. 그는 특히 변화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리더들에게 구성원과 뒹굴며 솔선수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세계 최대 석유메이저인 엑손모빌에서 20여 년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유화학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취임 후 규모와 실리적인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줬다. 우선 2009년 경기침체로 9,077억원에 그친 영업이익을 지난해 1조 7,141억원으로 끌어 올렸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16개국 31개 광구에서 석유개발 활동 중인 SK이노베이션은 구 사장 취임 당시 3만 배럴 후반 수준이던 원유 일일 생산량이 지난해 말 7만 배럴로 상승했다.

구 사장은 올해 사명을 SK이노베이션으로 바꾸고 석유, 화학, 윤활유 사업을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로 각각 분사해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한 만큼 각 사별 경영환경에 맞는 경영 체계를 갖춰 기업 성장과 사별 시너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등 신사업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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