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저축은행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인가, 보해저축은행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특수부인가. 저축은행 불법대출에 관여하고 정ㆍ관계 로비 의혹까지 받고 있는 거물 브로커 이철수씨를 사이에 놓고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이 치열한 검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보해저축은행에서 2,0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아 2009년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으로부터 은행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거액 대출의 대가로 보해저축은행측에 퇴출을 막아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자신이 대주주가 된 삼화저축은행의 구명 로비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이 그려놓은 사건의 밑그림이다. 검찰 안팎에선 저축은행 사태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불리는 이씨가 체포될 경우 정ㆍ관계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이 양보 없는 검거전을 벌이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일단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 광주지검의 보해저축은행 수사 성과에 묻혀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서울중앙지검이 좀 더 애를 태우는 모습이다. 8일 검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광주지검에 "이씨를 검거하면 먼저 서울로 신병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퇴짜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우리는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았으니 체포영장을 받아둔 광주지검보다 수사에서 우선권이 있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영장 종류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잡은 쪽이 먼저 조사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광주지검이 이씨의 하수인 격인 브로커 윤종근씨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이씨 검거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총무부 산하에 검거반을 가동하고 있고, 최근 3차장검사 산하 강력부 수사관까지 충원한 상태다. 사채업자 출신인 이씨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선 폭력조직 수사에 밝은 강력부가 나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광주지검도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지만 자체 검거반을 구성해 이씨를 쫓고 있다.
그러나 '이성민'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이씨는 명동 사채시장의 큰 손, 기업 사냥꾼, 거물 브로커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주 한 달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하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검거반은 이씨가 한 사찰에 숨어있다는 단서를 잡고 체포조를 투입했지만 허탕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씨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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