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000만원 시대, 대학생들이 거액을 마련하는 방법은 부모 지원, 학자금대출, 장학금 신청 혹은 스스로 벌기 등이다. 본보가 대학생 8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 어떤 유형으로 등록금을 마련했든 대부분의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대학 다니는데 드는 돈에 치여 수업 시간 외에는 공부할 시간 조차 없었다.
아르바이트는 숙명
박민호(단국대 경제4)씨는 집안 형편상 등록금과 생활비를 직접 마련한다. 서울에는 인맥이 없어 매주 주말 고향인 울산에 내려가 과외를 3개 해 월 120만원씩 번다. 등록금 납부를 앞두고 있을 때는 주중에 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쳐 50만원을 더 벌었다. 이렇게 벌어 연간 등록금 680만원과 자취방값 540만원 등 생활비를 댄다. 주말도 없이 벌어도 취업준비를 위한 영어학원비(월 20만원)까지 내기는 빠듯해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정태근(가명ㆍD대 정치외교4)씨는 8학기 중 3학기는 부모가 내줬지만 나머지 5학기 등록금 1,750만원은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당장 목돈 걱정은 접었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20만원(원금 12만원+이자 8만원)을 대기 위해 과외를 3개 하고 있다. 정씨는 "군대 가기 전에 공사장 아르바이트로 번 돈 300만원을 통장에 넣어뒀는데 제대해서 보니 달랑 몇 만원 남아있더라"고 허탈해 했다. 남은 이자 총액은 920만원, 2020년까지 115개월 동안 더 돈을 내야 한다.
부모가 연간 등록금 720만원을 내주는 정모(한국외대 이태리어과2)씨는 그나마 나은 편. 하지만 등록금을 뛰어넘는 1년 하숙비(600만원)와 생활비(600만원)까지 손 벌릴 수 없어 카페에서 일주일에 3일을 일해 40여 만원을 번다. 이승호(서울대 사회학3)씨도 등록금은 매번 장학금을 받아 해결했지만 1학년 때부터 교내 카페에서 일주일에 10시간씩 일하며 생활비를 스스로 벌고 있다.
스스로 등록금까지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강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부모 지원이나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한 학생들조차 결국은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입 모아 "고가의 등록금을 부모가 내주는 것만도 부담스러운데 생활비까지 달라고 할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가 만든 격차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치이다 보니 정작 중요한 학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 한국외대 정모씨는 카페에서 일주일 23시간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정작 수업을 듣는 시간은 주 18시간이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3시간이 채 안 된다. 공부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긴 셈. 정씨는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4명이 모두 대학생이라 시험기간에도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시간을 바꿀 수 없고, 팀 과제를 할 때도 다른 팀원들과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눈치 보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혼자 등록금과 생활비를 다 버는 박민호씨의 학점은 3.0점(만점 4.5)으로 그리 높지 않다. 그는 "강사일과 과외 준비 때문에 수업도 겨우 듣다 보니 학점이 바닥"이라며 "최근에 취업걱정 때문에 학점 메우느라 전공과목 5개를 재수강 했는데 계절학기 수업 듣느라 오히려 돈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지원하는 강지은(가명ㆍ성균관대 국문과4)씨는 하루 일주일에 50시간 가량씩 공부하며 취업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학점도 상위권인 4.0대 초반. 강씨도 아르바이트를 안 해 본 건 아니다. 지난해 용돈도 마련할 겸 과외를 시작했지만 2달 만에 그만 뒀다. 그는 "일주일에 2시간씩 2일 하는 과외를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7시간 정도 뺏기다 보니 도서관 갈 시간이 나지 않더라"며 "학교 수업도 따라갈 수 없어 그만 뒀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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