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36)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후 희성(6)과 현성(3) 두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이삿짐 센터에서 5톤 트럭을 운전하며 짐 나르는 일을 하는 터라 밤늦게 일이 끝나거나 지방에 다녀와야 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두 아이의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진다는 게 박씨에게는 쉽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24시간 어린이집에 등록해 쉬는 날과 휴일에만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온다.
9일 밤 11시40분에 방송하는 KBS1 '현장르포 동행'에서 힘겹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박씨의 일상을 따라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 불우한 시기를 보냈다는 박씨는 초등학교를 열세 번이나 옮겨 다녔다고 한다. 그때마다 엄마가 없다는 자기소개를 하며 울었다는 박씨. 아내가 집을 나간 지 오래지만 두 아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아픔을 줄 수 없어 이혼 서류 제출도 계속 미뤄왔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안 좋아지고 있다. 첫째 희성이는 혈관종을 앓고 있어 주먹 만한 붉은 반점이 얼굴 한 쪽에 피멍처럼 맺혀있다. 둘째 현성이는 몸 여기저기가 아파서 정밀검진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다.
월요일 아침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세 식구는 금요일 오후가 돼서야 얼굴을 다시 맞댈 수 있다. 아빠와 헤어질 때마다 희성이는 박씨의 바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빠도 엄마처럼 혹시 자신들을 버리고 다시는 데리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최근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이혼서류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가족을 두고 떠난 엄마라는 존재를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기 때문이다. 박씨에게 이제 두 아이들은 세상의 전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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