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대표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공개석상에서 규제정책을 비판했다. 규제 대상인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규제 당국의 수장에게 정면에서 따지고 든 것이다.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다이먼 회장은 미 애틀랜타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컨퍼런스에서 버냉키 의장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발언을 자청, "나는 금융위기 때문에 (경제 회복이) 이렇게 느리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도드-프랭크법(금융개혁법)이 통과된 후 강화된 금융규제들을 줄줄이 열거한 뒤 "담보대출 처리 관행은 30년 전으로 돌아갔고 금융회사들은 더 이상 담보대출 채권을 묶어 팔려 하지 않는다"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또 "대형 금융회사들은 앞으로 300여개의 규제가 새로 시행될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다이먼 회장은 마지막으로 "어느 누가 이러한 모든 규제들이 (경제에) 미칠 누적적인 효과를 제대로 연구한 적이 있는가"라며 버냉키 의장을 향해 "이것(금융규제)이 이 시점에서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미국의 고용증가가 지지부진한 것도 금융규제 탓으로 돌렸다.
다이먼 회장의 날 선 질의에 버냉키 의장은 웃으며 "당신이 열거한 내용을 들으니 우리가 그동안 꽤 많은 일들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가볍게 받아넘겼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금융규제가 경제 회복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연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렇게 복잡한 연구는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런 것을 측정할 만한 계량분석적 툴이 없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의 발언은 바로 전날 같은 컨퍼런스에서 팀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금융개혁법을 약화시키기 위한 월가의 집요한 로비에 대해 경고한 후 나온 것. 가이트너 장관은 최근 Fed 이사에 지명된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의 사퇴를 종용하고,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기관의 예산을 대폭 깎으려는 공화당 의원들의 배후에 월가의 로비가 있음을 의미하는 발언을 했다. 실제로 미 금융회사들은 올해 들어서만 1억1,600만달러(약 1,250억원)의 자금을 의회와 정부 기관 로비 자금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가 금융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월가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자, 전에도 공공연히 금융개혁법에 반대해 온 다이먼 회장이 월가를 대표해 버냉키 의장 앞에서 금융규제를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버냉키 의장은 경제가 예상만큼 회복되지는 않고 있지만 6월 말로 종료되는 2차 양적완화(국채 매입) 후 추가적인 특별 부양책을 펼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다. 3차 양적완화를 기대했던 월가는 크게 실망했고, 이에 따라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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